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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통산 399승’ 최정 9단 “아직도 배가 고파요”

입력
2018.10.27 00:21
수정
2018.11.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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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입단 이후, 현재까지 399승…다승ㆍ승률ㆍ상금 등 각종 기록 경신 중

최정(맨 왼쪽) 9단이 23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최종 결승전 3국에서 이슬아 5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최정(맨 왼쪽) 9단이 23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최종 결승전 3국에서 이슬아 5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아직도 배가 고파요.”

여전히 부족한 듯 했다. 우승컵을 들어올린 직후였지만 기쁨보단 오히려 목마름이 더 묻어났다. 국내 여자 바둑계에선 자타공인의 ‘1인자’로 군림 중인 최정(22) 9단에게 26일 우승 소감을 묻자, 돌아온 답변은 그랬다.

최정 9단은 지난 23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우승상금 1,200만원) 3번기(3판2선승제) 결승 최종국에서 이슬아(27) 5단에게 2.5집을 남기면서 승리, 우승컵도 가져갔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최정 9단은 이로써 2연패 달성에 성공했다.

‘우승 비결’이 궁금한 건 당연했다. “열심히 두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체력 부분 보강을 위해 최근 시작한 필라테스 운동 효과를 확실하게 보는 것 같아요.”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바둑에서 중요한 체력적인 부문을 보완하자, 성적 향상까지 따라왔다는 게 최정 9단의 설명이었다. 최정 9단은 전날 벌어졌던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결승에서도 패색이 짙었던 대국을 막판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무리했다.

최정 9단은 자신의 약점으로 지목됐던 대국 초반 포석 문제와 실전 대국에서의 심리적인 부분 개선에 필요한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 대세가 인공지능(AI)이잖아요. 저도 포석 단계에서부터 AI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대국에서 예상치 못한 수가 나왔을 때마다 당황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부분도 AI로 공부를 하면서 상당히 줄었습니다.”

사실, 최정 9단의 진가는 기록적인 부분에서 여실하게 증명된다. 최 9단은 매판 대국 승리를 거둘 때마다 신기록 행진이다. 당장, 하림배 우승컵을 거머쥔 최 9단의 통산전적은 현재까지 399승199패로(승률 66.72%), ‘400승’ 돌파를 코앞에 둔 상태다. 무엇보다 최 9단의 승수 쌓기 속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에선 비교 불가다. 국내 여자 프로바둑 기사 가운데 가장 먼저 400승을 넘어선 박지은(35) 9단의 경우 13년4개월이 걸린 반면 최정 9단은 8년5개월여 만에 기록 달성이 확실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중국에서 벌어질 ‘제9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대회’(우승상금 30만위안ㆍ약 5,000만원) 출전 예정인 최정 9단은 사실상 이달 내 400승 돌파가 유력하다.

최정 9단이 23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3번기(3판2선승제) 결승 최종국에서 승리한 직후, 우승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최정 9단이 23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렸던 ‘제23기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3번기(3판2선승제) 결승 최종국에서 승리한 직후, 우승 소감을 전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자신의 최고 랭킹 순위 또한 가파른 상승세다. 현재 남ㆍ녀 프로바둑기사 순위에서 35위까지 치고 올라온 최정 9단은 30위권내 진입도 노리고 있다. 여자 프로바둑기사 랭킹에선 10월 현재 기준, 9,332점으로 59개월 연속 1위를 질주 중인 최정 9단은 9,059점으로 2위인 오유진(20) 6단과의 격차도 멀찌감치 벌려 놓은 상황이다.

짭짤한 상금 역시 자랑이다. 제23기 하림배 우승으로 올해에만 2억7,000만원을 쓸어 담은 최정 9단은 ‘제9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대회’와 현재 8강에 진출한 ‘제2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우승상금 3,000만원)의 결과에 따라선 3억원 이상의 수입도 가능하다. 모두 여자 프로바둑기사로선 최고 기록이다. 국내 여자 바둑계에서 최정 9단이 독보적인 ‘기록제조기’로 통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정 9단은 아직 갈 길은 멀다고 했다. 한국기원 소속의 여자 프로바둑 기사 가운데 최다 타이틀(국내 8회, 세계 3회)을 보유한 최정 9단이지만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남ㆍ녀 통합 세계바둑대회 우승에 대한 갈증으로 보였다.

“올해 아직 남아 있는 경기가 있어요. 최선의 성과를 얻기 위해선 컨디션 조절하는 게 중요합니다.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진짜 큰 경기(남ㆍ녀 동합 세계바둑대회)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가냘픈 목소리에선 최정 9단 특유의 승부사적인 기질이 그대로 전해졌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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