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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석학 칼럼] 신기술은 개발도상국에 도움이 될까

입력
2018.10.28 16:11
수정
2018.11.01 10:14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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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통신 및 금융, 드론,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빠른 속도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혁신적인 기술들이다. 이런 신기술 개발의 이점은 뭘까. 우선 그 기술이 적용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낮춘다. 새로운 제품을 창출하기도 한다. 부유하거나 가난한 나라에 상관없이 세계 모든 지역의 소비자들이 신기술의 혜택을 누린다.

휴대폰은 신기술의 긍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이다. 개도국의 가난한 사람도 유선이나 기타 인프라에 대한 값 비싼 투자 없이 장거리 이동통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 없는 낙후지역 주민도 모바일 뱅킹을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신기술이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신기술이 개도국 주민들에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기여를 하려면 더 싼 제품을 제공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로서도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경제학자 타일로 코웬이 ‘자동차 공장 대신 휴대폰’이라고 부른 성장 모델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한다. 가난한 개도국 사람들이 어떻게 처음부터 휴대폰을 구입할 수 있나?

앞서 사례를 든 장거리 이동통신과 모바일 뱅킹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널리 알려진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도 케랄라(Kerala) 주에서는 휴대폰이 확산되면서 어부들이 현지 시장의 가격 차이를 중재함으로써 평균 8% 가량 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케냐의 유비쿼터스 모바일 뱅킹 서비스인 ‘엠페사(M-Pesa)’는 가난한 여성들을 자급 농업에서 비농업 부문으로 옮겨가게 함으로써 소득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은 남미 등지에서 대규모 농업을 발전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빅 데이터, 드론, 위성항법장치(GPS) 등은 최적화한 관개 및 살충제ㆍ비료 사용, 조기 경보 시스템을 제공했다. 또한 더 나은 품질 관리 및 효율적인 물류를 가능하게 했다. 신기술은 농장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성이 좋은 비전통적 작물 등 농업 생산의 다양화를 촉진한다.

개도국에서 새로운 생산 기술의 도입은 종종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통해 이뤄진다. GVC는 제품 생산 및 유통이 다수 국가에 걸쳐 형성된 글로벌 분업 체계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GVC는 글로벌 시장 진입을 수월하게 해 경제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신기술이 창출할 가능성을 놓고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생산성 향상은 충분히 큰가? 경제 전반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가? GVC의 기여도에 대한 낙관론은 세 가지 냉정한 사실에 의해 조정될 필요가 있다. 첫째, GVC 확대 흐름이 최근 몇 년간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 개도국의 GVC 참여는 일부 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곤 상당히 제한적이다. 셋째, 가장 우려할 만한 것은 실망스러운 고용 결과다.

면밀한 조사에서 GVC와 신기술은 개도국의 경제 성과를 제한하고 심지어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GVC와 신기술의 해악 중 하나는 기술 및 기타 역량에 대한 전반적인 편견이다. 이런 편견은 전통적으로 노동 집약적인 제조업 활동에서 개도국의 비교우위를 줄이고 무역으로 얻는 이익을 감소시킨다.

GVC는 저소득 국가가 비숙련 노동을 다른 생산 투입물로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기술적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동 비용의 이점을 이용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이런 특징은 고용과 무역 측면에서 개도국의 약점을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보완적인 기술과 역량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개도국이 신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려면 교육 시스템과 기술 훈련을 개선하고, 사업 환경을 개선하며, 물류와 교통망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개도국들이 이런 측면을 고루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은 뉴스도 아니고 도움이 되는 개발 조언도 아니다. 무역 및 기술은 기존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야만 보다 직접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개발 경로를 제공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투자를 요구하는 건 제조업 주도형 개발을 위한 지름길이 아니다.

개도국 경제 성장의 강력한 원동력이었던 산업화 모델과 신기술을 비교해 보라. 제조업은 다음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거래가 가능하며 국내 생산량이 자국 수요 및 소득에 의해 제약 받지 않는다. 둘째, 제조업 노하우는 부자 국가에서 가난한 국가로 이전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셋째, 제조업은 기술력을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반면 신기술은 노하우 전달의 용이성과 그들이 암시하는 기술 요구 측면에서 매우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신기술이 저소득 국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제조업에 비해 훨씬 더 불확실하다.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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