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북 경주시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앞에서 월성원전 인근 주민으로 구성된 동경주대책위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방문을 앞두고 집회를 하고 있다. 동경주대책위는 월성원전 1호기 폐쇄에 따른 피해 대책과 포화상태에 이른 월성원전 사용후 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원전엔 대가가 따른다. 반대로 원전을 지키려 해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면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국민 하나하나의 결론이 모여 여론을 만들기에, 객관적인 정보와 전망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탈원전 논란에서 찬반 진영이 내세운 근거들은 그래서 주목 받았다. “세계 최고 원전 경쟁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든가 “핵은 위험하니 무조건 버려야 한다”는 류의 주장은 이제 식상하다. 치러야 할 비용은 얼마인지, 현실적으로 가능한 얘기인지가 궁금하다. 하지만 양 진영은 끝내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탈원전 공방은 지속됐다. 이번엔 믿을만한 근거가 제시될까 기대했지만 결과는 역시나다. 몇 장면을 보자.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는 자유한국당은 전기료 급등 우려를 제기했다. 전기요금 부담은 민감한 문제다. 요즘 탈원전 선봉에 서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임을 강조하며 김규환 의원은 “2030년 국내 발전자회사의 평균 발전단가가 지금보다 2.5배나 높아져 전기료가 크게 오를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그 보고서의 수치가 중복 계산됐고, 이를 연구자도 인정했다는 한수원 사장의 반박에 더 이상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는 이른바 ‘균등화발전비용’도 헷갈린다. 균등화발전비용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사회ㆍ환경 비용을 에너지원마다의 발전단가에 포함시켜 계산하는 것이다. 단지 원료값이 아니라 실질적 비용을 따지는 것이어서 판단에 중요한 잣대가 된다.

지난해 12월 정부 의뢰로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산업조직학회가 계산해 발표한 바로는, 2025~2030년쯤엔 태양광의 발전단가가 오히려 원전보다 낮아진다. 하지만 최근 자유한국당이 국감을 앞두고 공개한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 용역의 결론은 태양광ㆍ풍력 발전소 토지비용을 고려하지 않아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엔 가능하지 않다. 대체 뭘 믿어야 할까.

이런 와중에 여당은 “친환경이 대세”란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국감장에서 대다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은 “전세계가 탈원전ㆍ친환경으로 가고 있는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논리로는 역시 설득력이 없다.

지금 우리 탈원전 정책은 온갖 딜레마에 둘러싸여 있다. 풍력, 태양광 발전 잠재량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간만 계산하면 실제론 정부 예상치보다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에 정부는 이렇다 할 반박을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에너지 전공 교수들은 “탈원전도 좋지만 그 과정에 화석연료 발전량이 늘어 이산화탄소 증가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부 국가들처럼 원전을 더 늘려 운영하자니, 당장 핵 폐기물 저장공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달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세계 가스업계 최대 행사 ‘가스텍(GASTECH) 2018’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거기 모인 3만여 가스업 관계자들에게 탈원전, 탈화석연료는 이미 정해진 길이었다. 그들은 소모적인 논쟁 대신 향후 에너지 수급 불안의 완충제 역할을 할 가스를 어떻게 잘 알리고, 그에 맞는 투자를 할 지 열심히 계산하고 따졌다.

지난 100여년간 화석연료로 떼돈을 번 로열 더치 쉘조차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매년 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시대다. 과거에 뭘 했건, 현재 상황이 어떻건 거대한 변화 흐름에 하루빨리 적응하려 나서는 게 요즘의 트렌드다.

어떻게 현명하게 그 길로 가느냐. 출발은 유권자의 동의를 얻을 솔직함과 객관성이다. 차제에 정부가 나서 찬반 전문가들에게 서로가 인정할 만한 전망치를 함께 구해보도록 하는 건 어떨까. 탈원전은 주장 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김용식 산업부 차장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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