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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무게가 없는 경제’의 딜레마

입력
2018.10.24 15:27
수정
2018.10.24 19:2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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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 등 공유경제, 기회이자 위협

시민 이익과 택시업계 이익, 극적으로 충돌

일자리 확충 등 정부 역할 더욱더 커져야

서울 북창동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비즈니스호텔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덕분에 인근 직장인이 자주 애용하던 맛집이 제법 사라졌다. 이곳뿐 아니다. 서울역에서 회현역 쪽으로도 호텔이 많이 들어섰다. 덕분에 오밀조밀했던 골목길은 깨끗해졌지만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때 서울 거리를 꽉 메웠던 중국ㆍ일본인 관광객이 줄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숙박업소는 객실을 채우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이들 호텔 공실률이 40~50%에 달한다. 서울뿐 아니라 전국의 호텔 객실이 판판이 남아돈다.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이 2012년부터 2016년 말까지 시행되면서 2011년 711개였던 호텔이 2017년 말 기준 1,617개로 두 배가 넘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면 호텔은 문 닫을 일만 남았다.

그래서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 규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숙박업계의 강한 반발로 외국인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 있으나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숙박 시설이 부족해졌을 때 호텔을 추가로 건설하지 않고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서둘러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호텔업계가 과도한 투자로 몸살을 앓지는 않을 것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무게가 없는 경제”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호텔 없이 호텔사업을 하고 자동차 없이 택시사업을 하는 공유경제를 예측한 것이다. 공유경제가 인류에게 주는 혜택은 자원 낭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기존 경제 시스템과 곳곳에서 충돌한다.

‘카카오 카풀’ 사업에 대해 택시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택시업계 수입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카카오 카풀이 없어도 별로 손해 보는 사람이 없지만, 이 서비스가 도입되면 택시는 모두 죽는다”는 절규가 나온다. ‘카카오 카풀’ 논란은 시민과 카카오의 이익, 택시업계의 이익이 충돌하고, 신기술과 기존기술이 대결하는 대표적 사안이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들은 ‘카카오 카풀’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우버를 금지했듯 규제를 적극적으로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택시업계도 살고 시민 편의도 증진되는 방안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동안 기술진보의 적용은 지체된다. 기술진보는 늘 인류의 생활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원자력이나 다이너마이트를 떠올리면 쉽다. 그래서 ‘독이자 약’인 파르마콘(pharmakon)으로 간주한다.

당장 위협받는 것은 일자리다. 기술진보와 고용 창출의 상관관계는 매우 미약하다. 오히려 첨단 기술자와 막일 노동자, 억대 연봉자와 최저임금 노동자로 양극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경제는 적은 규모의 인원으로 수백만 명의 고객을 상대한다. 또 막대한 부를 창출하지만, 일자리 창출에서는 중소기업보다 못할 때가 있다. 특히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도입은 일자리를 대거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런 조짐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무인계산대가 늘고 있고, 대학 도서관에도 무인대출 반납기가 설치되면서 근로장학생이 일자리를 잃는다. 건물 경비도 무인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 우버는 드론을 통한 음식배달 서비스를 도입해 2021년 상용화할 것이란다.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배달원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시대를 역류할 수는 없다. 글로벌 변화의 흐름에 뒤처져서는 국가 경쟁력을 잃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의 진출을 막을 것이 아니라 이들이 얻은 이익을 사회로 환원시킬 통로를 구축해야 한다. 낙오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안전망도 더욱 촘촘하게 확충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일자리 창출에 전념해야 한다.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24일 정부가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은 맹탕이고 낙제점이다. 분발하기 바란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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