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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제2의 남순강화 행보… 무역전쟁 정면돌파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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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제2의 남순강화 행보… 무역전쟁 정면돌파 의지

입력
2018.10.23 17:45
수정
2018.10.24 00:3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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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아대교 개통 등 광둥성 순방… 덩샤오핑 개혁ㆍ개방 상징지 순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강주아오대교 개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신화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3일 강주아오대교 개통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신화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제2의 남순강화(南巡講話) 행보를 통해 ‘무역전쟁’ 정면돌파 의지를 천명했다. 26년 전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ㆍ개방의 상징 지역을 순회하면서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보수적 기류를 극복해냈던 것처럼 자유무역ㆍ다자주의 수호와 기술 자립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방위 대중 압박을 극복해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시 주석은 23일 중국의 토목 굴기(堀起ㆍ우뚝 섬)를 상징하는 강주아오(港珠澳)대교 개통식에 참석했다.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과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 마카오를 연결하는 총 연장 55㎞의 세계 최장 교량으로 ‘웨강아오(粤港澳: 광둥성ㆍ홍콩ㆍ마카오) 대만구’ 프로젝트의 핵심 인프라다. 중국 정부는 광둥성의 9개 주요도시와 홍콩ㆍ마카오를 아우르는 이른바 ‘주강 삼각주’를 1일 생활권으로 묶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뉴욕 경제권, 일본의 도쿄(東京)일대를 능가하는 혁신 경제권으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있다.

실제 대만구는 인구 6억6,000만명, 통합 국내총생산(GDP) 1조4,000억달러에 이르는 거대 경제권이다. 선전(深圳)ㆍ주하이의 첨단기술, 홍콩의 국제금융, 광저우(廣州)의 거대한 제조공장, 마카오의 물류능력 등을 융합해 중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강주아오 대교가 자체 기술력으로 만든 세계 최장 해상대교란 점에서 시 주석의 개통식 참석은 그 자체가 개혁ㆍ개방의 의지를 대변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미국의 무역 압박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의 광둥성 주요 도시 순방도 마찬가지다. 시 주석은 전날 주하이의 헝친(橫琴) 하이테크산업지구를 찾은 데 이어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 직후엔 선전의 첸하이(前海)특구를 방문했다. 두 곳 모두 40년 전 덩샤오핑이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1기 3중전회)에서 개혁ㆍ개방 노선을 공식화한 뒤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진 곳이다. 특히 선전은 1980년 8월 덩샤오핑이 직접 중국 최초의 경제특구로 지정한 곳으로 지금은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만큼 첨단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의 메카로 발전했다. 이들 도시는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 지도부의 보수적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덩샤오핑이 1992년 초 남순강화에 나섰던 곳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특히 이번 신 남순강화에서 개혁ㆍ개방 확대 못지않게 기술 자립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날 주하이 방문 당시 세계 최대 에어컨 제조업체이자 중국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꼽히는 거리(Greeㆍ格力)사를 방문해 “중국은 자주적인 기술과 혁신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기개와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첨단기술 확보에 제동이 걸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크지만 기술 자립을 통해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랴오췬(廖群) 중국 시티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12년 말 집권하자마자 선전과 주하이를 방문했던 시 주석이 6년만에 이들 지역을 다시 찾은 건 대외적으로 미국과의 무역전쟁 속에서도 개혁ㆍ개방을 확대하겠다는 메시지이자 대내적으로는 기술 자립을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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