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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동병상련 중ㆍ일 ‘화해의 손’ 맞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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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무역전쟁에… 동병상련 중ㆍ일 ‘화해의 손’ 맞잡아

입력
2018.10.23 18:02
수정
2018.10.24 00: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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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日총리로선 7년 만에 中 방문… 경협 내세워 관계 개선 모색

그림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림1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중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 2위, 3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경제협력을 앞세워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그 동안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의 동맹을 적극 활용해 왔다는 점에서 중일관계 개선이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갈등관계에 있던 양국이 급속하게 가까워지는 배경에는 최근 전방위적 통상 압박에 나선 미국에 대한 반발의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일본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이뤄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박3일간 방중을 계기로 경제ㆍ통상분야에서 전면적인 협력을 모색할 예정이다. 일본 총리의 공식 방중은 2011년 12월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2012년 일본의 센카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국유화 이후 얼어붙었던 양국 관계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개선될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6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방안에 합의할 예정이다. 1972년 9월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중일 공동성명’과 1978년 평화우호조약 등 양국 관계 초석이 된 4개 문서를 잇는 ‘제5의 문서’를 작성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내년 6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일본 답방 일정도 논의,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2012년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논의가 중단된 해상수색ㆍ구조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협정에 따르면 해상 사고 발생 시 양국은 수색과 구조 지원은 물론 이를 위한 정보 공유와 협의를 할 수 있다. 센카쿠열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상에서 양국이 협력하는 것은 실질적 관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양국의 경제협력이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방중 기간 제3국 인프라 개발 협력에 필요한 50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26일 베이징에서 중일 금융인과 기업인 1,000명이 참석하는 ‘제1회 중일 제3국 시장 협력 포럼’이 개최되고 이를 위해 일본 측에서 500명의 재계 인사들이 아베 총리 방중에 동행할 예정이다.

포럼에선 태국 동부 경제특구에 도입될 스마트시티 건설사업에 양국이 협력한다는 내용의 각서가 체결된다. 일본 국제협력은행과 중국 국제개발은행은 제3국에서의 인프라 개발에 대한 협조융자를 한다는 각서도 체결될 예정이다. 일본은 요구하는 이른바 ‘질 높은 인프라’라는 조건을 만족시킬 경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협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3년 종료된 중일 통화스와프 협정도 재개된다. 금융위기 시 중앙은행 간 엔화와 위안화를 서로 융통하는 이번 통화스와프의 한도는 300억달러(약 34조원)로 설정했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양국이 경제협력과 관련한 신뢰관계를 구축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과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작지 않다. 혁신ㆍ지적재산권 보호 논의를 위한 대화의 틀을 신설하는 것도 합의할 예정이다.

다만 양국 간 갈등의 불씨였던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과 역사 문제 등은 이번엔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갈등 요인은 건드리지 않은 채 협력 가능한 분야부터 손을 잡는 실용적인 접근에 나선 것이다. 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무역 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다만 미국의 통상압력과 양국 관계 개선의 직접적인 동기인지에 대해선 중일 간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중국이 대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다.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6.5%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일본과의 경제협력으로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아울러 기술과 자본을 갖춘 일본을 ‘일대일로’ 구상에 끌어들일 경우 중국의 경제영토 확대 전략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중국은 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의 방중 기간 태양광 발전사업 공동수주, 양국 합작기업의 발전소 건설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협력 분야를 금융과 헬스케어 등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만약 이런 움직임이 구체화할 경우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경제통합에 대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측 전략이다.

일본도 중국과의 제한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의 통상압박을 받고 있는 데다 예측불허인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외교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중국이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으며, 아베 총리의 3연임과 시 주석의 장기집권 체제 구축으로 양국 모두 국내적으로 관계 개선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은 중국과의 경제 협력 모색으로 인해 미일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총리 방중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일관계 개선까지는 안 되더라도 관계 안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남은 임기 동안 북방영토 문제 해결을 위한 대 러시아 외교, 납치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외교에서 레거시(정치적 유산)을 남기기 위해서도 관계 개선을 통한 중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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