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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다더니... 금융상품 비과세, 감면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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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위한다더니... 금융상품 비과세, 감면 ‘부익부 빈익빈’

입력
2018.10.24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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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다는 취지로 제공되는 금융상품 비과세 및 세액감면 혜택이 정작 고소득자나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특례 상품의 중복가입이 가능하다 보니 여러 상품을 동시에 운용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이들에게 세제 혜택이 쏠리는 것이다. 서민을 위한 금융상품마저 ‘부익부 빈익빈’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23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보고서 ‘2018 조세특례 임의심층평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과세특례’에 따르면 올해 저축 지원을 위한 조세지출(영구적 또는 일정 기간 과세를 면제하거나 세액을 감면하는 제도) 규모는 총 1조5,050억원에 이른다. 금융소득자로부터 거둘 세금을 이만큼 면제해주고 있다는 의미다. 항목별로 보면 상호금융(농협 수협 신협) 출자금 및 예탁금 과세특례가 6,393억원(42.32%)로 가장 비중이 높고, 이어 노인 장애인 등 취약계층 생계안정 목적 비과세종합저축 과세특례 3,474억원(23.08%), 소기업ㆍ소상공인 공제부금 소득공제 2,148억원(14.27%),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310억원(2.06%), 농어가목돈마련저축 비과세 111억원(0.74%) 순이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과세특례 상품을 판매하면서도 중복가입을 방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품별로 정해진 가입 자격만 갖췄다면 4, 5개 상품에 중복가입이 가능하다. 65세 이상 사업소득자라면 비과세종합저축, ISA, 상호금융조합 출자금과 예탁금, 장기저축성보험 등에 한꺼번에 가입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농어민도 농어가목돈마련저축, ISA, 상호금융 예탁금 및 출자금 등을 운용하며 중복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최대한 많은 특례 상품에 가입해 상품별로 비과세 한도까지 납입할수록 혜택이 커지는 실정이다. 보고서에서 국세청 내부자료를 통해 근로소득 분위별 납세자료(1만명)를 분석한 결과 비과세 금융상품을 2개 이상 보유한 중복가입자 비중은 전체 가입자의 15.2%인 데 비해 이들의 예치 금액은 전체의 35.8%에 달했다. 비과세 및 세액감면 혜택은 예치액에 비례하는 점을 감안하면, 소수의 중복가입자가 정책 의도에 맞지 않게 자금력을 활용해 과도한 절세 혜택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실제 과세특례 상품 1개에 가입한 경우 절세 금액은 1인당 10만8,000원인 반면, 중복가입자는 그보다 4.6배가량 많은 49만5,000원의 절세 효과를 누렸다. 특히 4개 상품 가입자의 절세액은 128만6,000원에 달했다. 조세연은 “이미 축적한 자산이 많거나 저축 여력이 높은 소수의 저축자가 과세특례 금융상품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고액자산가에게 과세특례 혜택이 집중되면 제도의 형평성 문제는 물론이고 금융소득 종합과세제도의 실효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이들 과세특례 상품을 재조정 또는 통합하는 것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조세지출 규모가 가장 큰 상호금융 출자금 및 예탁금 과세특례를 줄이려던 시도가 사실상 좌초한 것이 비근한 사례다. 정부는 7월 마련한 ‘2018 세법 개정안’에서 상호금융 준조합원이 받는 예탁금 이자, 출자금 배당 등에 적용되는 비과세 특례가 고소득층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점을 들어 내년부터 5% 과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가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반발에 막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복수혜를 방지하기 위해 특례 상품들을 통합하는 것은 맞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추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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