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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중거리핵조약 탈퇴” 다시 핵 군비 경쟁하자는 소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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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美 중거리핵조약 탈퇴” 다시 핵 군비 경쟁하자는 소린가

입력
2018.10.24 04: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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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소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의사를 밝혀 파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여러 해 걸쳐 조약을 위반하고 있어 미국은 탈퇴할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무기를 개발하지 말자고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금은 이란 중국 북한 등도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생산한다”며 “미러만 양자 조약에 묶였고 러시아는 조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레이건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87년 서명한 INF에서 당시 양국이 보유한 사거리 500~5,000㎞의 중ㆍ단거리 지상발사형 탄도ㆍ순항미사일 완전 폐기를 약속했다. 냉전 종식의 신호탄이라는 상징성만이 아니라 실제로 약 2,700기 폐기에 성공해 핵 군축에 기여했다. 미국이 탈퇴를 거론하자 당사국 러시아와 함께 거론된 중국은 말할 것 없고 서구 각국에서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트럼프가 주장하는대로 러시아의 위반으로 당초 서유럽에 대한 소련의 핵 위협을 완화하기 위해 체결된 이 조약이 유명무실해졌고, 조약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핵 보유국의 위협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INF 파기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러시아를 설득하면서 중국 등 조약 외 국가가 참여할 새로운 틀을 만들려는 외교적 노력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INF 탈퇴는 자칫 핵 군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충격 요법으로 삼기에 너무 위험한 선택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목표로 남북 대화와 외교 노력을 경주하는 우리로서는 트럼프의 이런 판단을 강 건너 불 구경할 수 없다. INF와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북한 비핵화 노력 역시 핵 확산이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핵 개발을 부추기는듯한 미국의 태도는 자칫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경우 북한이 핵 개발을 정당화하는 빌미로 이용될 수도 있다. 미국은 INF 탈퇴 의사를 재고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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