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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하나의 말, 다른 뜻

입력
2018.10.23 10:2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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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말에는 한 단어가 여러 뜻을 지닌 것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돌아가다’라는 단어는 ‘바퀴가 돌아가다’에서처럼 물리적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회사가 돌아가다’에서처럼 추상적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시-’와 함께 쓰여 ‘죽다’를 높여 이르는 말로도 쓰인다. 아마도 이승의 모퉁이를 돌아 저승으로 간다고 여긴 듯하다. 이처럼 여러 뜻으로 쓰이는 말은, 대개 그 뜻 사이에 유사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 의미에서 추상적 의미가 파생되고, 은유적인 쓰임까지 확장되기도 한다. 그런데 간혹 정반대로 보이는 뜻이 한 단어에 있어서 혼란을 주기도 한다. ‘에누리’와 ‘반증’ ‘주책’이 그러한 단어이다.

‘에누리’는 흔히 값을 깎는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원래 ‘에누리’는 ‘물건값을 받을 값보다 더 많이 부르는 일’ 또는 ‘더 많이 부른 물건값’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러다 보니 사는 사람은 ‘에누리’한 만큼 깎아야 손해 없이 산다는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에누리’를 깎다 보니, ‘에누리’라는 뜻 자체에 값을 깎는다는 뜻이 생긴 것이 아닌가 한다.

‘반증(反證)’도 원래는 어떠한 일에 반대되는 증거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근래에는 “아이가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것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다”에서처럼,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거꾸로 그 사실을 증명한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정반대 의미가 한 단어에 있는 것이다. ‘주책’도 마찬가지이다. ‘주책’에는 ‘일정하게 자리 잡힌 주장이나 판단력’이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일정한 줏대가 없이 되는대로 하는 짓’이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모두 있다. 그래서 ‘주책이 없다’나 ‘주책이 심하다’가 모두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이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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