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국서 대학 나와 직장 얻는 게 우리 딸 꿈이었는데…”

알림

“한국서 대학 나와 직장 얻는 게 우리 딸 꿈이었는데…”

입력
2018.10.22 17:24
수정
2018.10.22 23:06
10면
0 0
지난 20일 오후 김해시 서상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림 크리스티나(15, 여)양과 황 막심(4)군의 빈소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외동 김해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고려인 공동체 한 관계자가 조문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김해시 서상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림 크리스티나(15, 여)양과 황 막심(4)군의 빈소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외동 김해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고려인 공동체 한 관계자가 조문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얻는 것이 딸 아이 꿈이었는데….”

지난 20일 오후 7시 40분쯤 경남 김해시 서상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큰 딸 림 크리스티나(15ㆍ여)양과 막내아들 황 막심(4)군을 하늘나라로 보낸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고려인 3세인 황 아르뚜르(39)씨는 22일 김해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아이들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어떤 아이들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둘 다 아주 착하고, 예뻤다”라며 힘겹게 입을 뗀 황씨는 “중학교 3학년인 큰 딸은 맞벌이를 하는 우리를 도와 막내 동생을 돌보는 등 엄마 역할을 대신하면서도 학업에 열중했다”면서 “막내아들은 누구보다 활발했고, 개구쟁이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크리스티나양의 꿈은 한국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을 얻어 안정적으로 한국에 정착해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황씨는 “크리스티나의 이러한 꿈은 타국에서 자신들을 위해 힘겹게 일을 하는 우리 모습을 보고 그랬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20일 오후 김해시 서상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림 크리스티나(15, 여)양과 황 막심(4)군의 빈소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외동 김해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영정 앞에 크리스티나양이 평소 하고 다니던 악세사리와 지갑이 놓여져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20일 오후 김해시 서상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림 크리스티나(15, 여)양과 황 막심(4)군의 빈소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외동 김해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영정 앞에 크리스티나양이 평소 하고 다니던 악세사리와 지갑이 놓여져 있다.

황씨 부부가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건 2016년 7월 말쯤이었다. 주위의 권유로 “오직 돈을 벌겠다”라는 일념 하나로 한국에 도착한 황씨 부부는 김해지역 중소기업에서 세탁기 조립일과 자동차부품을 파쇄하는 일을 하며 3남매를 키웠다. 그러던 중 올해 7월 황씨 부인의 언니가 아들과 함께 한국에 입국, 조그만 원룸에서 어른 3명과 아이 4명이 함께 둥지를 틀었다.

일은 힘들었지만 이들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힘을 냈고, 살림살이는 빠듯했지만 버텼다. 그러나 이날 발생한 화재로 황씨 부부의 코리아드림은 막내아들과 큰 딸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으로 변했다.

화재 당일 황씨 부부는 고려인들과의 저녁 모임에 참석하느라 집을 비웠고, 황씨 부인의 언니가 혼자서 아이 4명을 돌보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언니가 인근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간 사이에 참사가 발생했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은 2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가연성 소재의 외벽 마감재로 인한 연기와 화재경보기 미작동, 서툰 한국어 등의 이유로 황씨의 큰 딸과 막내아들은 숨졌다. 복도에서 발견된 둘째 아들과 이종사촌도 화상과 연기흡입으로 아직 중태다.

황씨는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과 교회 등에서 이번 장례에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감사드리며, 23일 아이들의 장례가 끝나면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일 오후 김해시 서상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림 크리스티나(15, 여)양과 황 막심(4)군의 빈소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외동 김해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영정 앞에 막심군이 평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놓여져 있다.
지난 20일 오후 김해시 서상동의 한 원룸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림 크리스티나(15, 여)양과 황 막심(4)군의 빈소가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외동 김해중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영정 앞에 막심군이 평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놓여져 있다.

경찰은 지난 21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을 한 결과, 필로티 구조의 원룸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경찰은 천장에 있는 전등 부근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해당 건물 1층에는 전기 누전 때 작동하는 차단기가 내려져 있었고, 2∼4층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주차장 내부 폐쇄회로(CC)TV를 국과수에 맡겨 복원을 진행 중이며, 오는 23일 오전 11시 한 차례 더 합동감식을 할 예정이다.

김해=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