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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센터 지정 남발, 사망률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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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센터 지정 남발, 사망률 높인다

입력
2018.10.23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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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응급센터 대비 지역응급의료센터중증응급환자 사망비. 그래픽=강준구 기자
권역응급센터 대비 지역응급의료센터중증응급환자 사망비. 그래픽=강준구 기자

2015년 6월15일 오전 7시50분, 가슴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A의료원 응급센터에 실려 왔지만 의료원 측은 응급실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접수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6월 감사원이 응급의료자원정보시스템을 확인해보니 해당 의료원은 환자 이송시간 10분 전에 “46개의 응급실 가용병상이 있다”고 입력한 상황이었다. 병상이 충분했음에도 별다른 사유 없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전원시킨 것이다.

같은 해 10월16일 오후 9시52분, 서울 동대문소방서 119 구급대가 가슴통증 및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를 가장 가까운 B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병원 측이 받아주지 않았다. 감사원 확인 결과 해당 병원의 원무과가 환자의 선납금 미납을 이유로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환자는 1차 이송시간으로부터 43분이나 경과한 오후 10시35분에 C의료원으로 다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응급환자를 받아야 할 병원들이 중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밀어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의료계는 응급센터 전담 인력과 병상 부족 등을 재이송 사유로 제시해왔지만, 치료 능력이 부족한 응급센터 난립이 오히려 응급환자의 사망률을 높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건강보험공단과 서울대산학협력단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에 따르면 권역응급센터를 찾는 응급환자의 사망비가 1이라고 했을 때 300병상 이상 지역응급센터의 사망비는 1.08이었다. 권역응급센터를 바로 찾은 환자보다 지역응급센터를 찾은 환자의 사망률이 8% 더 높았다는 얘기다.

규모가 열악한 병원 응급실의 환자 사망률은 훨씬 더 높았다. 300병상 미만 지역응급센터(종합병원급)는 권역응급센터(상급종합병원급)보다 사망 확률이 28% 더 높았고, 지역응급의료기관(시ㆍ군 병원급)은 35%나 더 높았다.

이러다 보니 지역마다 응급센터 지정을 늘리면 응급환자의 사망률을 줄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적정 개수를 초과하는 경우 사망률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인구 10만명 당 권역ㆍ지역응급의료센터수가 0.26~0.38개인 곳에 비해 0.38개 이상인 곳의 중증응급환자 사망비가 16% 더 높았다.

이에 따라 무작정 응급의료기관 개수를 늘리는 정책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인력과 의료의 질이 갖춰지지 않은 응급의료기관의 난립은 오히려 환자 사망률만 높일 뿐이라는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김윤 서울대 의료윤리학과 교수는 “응급의료센터 공급이 넘치니 지원이 분산돼 오히려 각 센터들이 인력이 부족해 당직을 서지 못하고 환자를 전원 시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일부 병원들은 응급센터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입원환자를 받기 위한 통로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숫자를 줄이고 응급의료 질 향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도 장기적으로는 취약지를 제외한 300병상 미만 응급센터들은 법적 기준 준수여부와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를 근거로 지정을 취소하는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표의 정확성 검증은 필요하지만 응급의료의 질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방향성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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