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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NF 파기.. 이란 옥죄고 러ㆍ중 압박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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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NF 파기.. 이란 옥죄고 러ㆍ중 압박 노린다

입력
2018.10.22 16:59
수정
2018.10.22 18:5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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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고르바초프(왼쪽)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7년 12월 백악관에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한 뒤 서명한 펜을 서로 교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하일 고르바초프(왼쪽)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1987년 12월 백악관에서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한 뒤 서명한 펜을 서로 교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라는 폭탄 카드를 꺼냈다. INF는 러시아의 숱한 위반 의혹에도 불구, 지난 31년간 유지돼온 미국과 러시아의 모범적 협력사례다. 따라서 INF를 일방적으로 파기할 경우 미국이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그럼에도 왜 무리수를 던진 걸까.

시점이 공교롭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수출을 금지하는 제재조치를 내달 5일 시행하기에 앞서 이란의 후원세력 러시아에 시비를 건 것이다. 상대방에게 선공을 날려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 전략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2, 23일 러시아 방문에 이어 이란과 국경을 접한 원유 수출국 아제르바이잔으로 향하는 것도 대이란 봉쇄망을 촘촘히 하기 위한 조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미국의 INF 탈퇴는 러시아에게 이란을 돕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제재에 앞서 인도, 한국, 일본 등 이란산 원유 수입이 많은 국가들을 어르고 달래며 대열에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요지부동이다. 원유 수입을 넘어 이란 원유를 수입ㆍ정제한 뒤 시장에 내다파는 ‘국적 세탁’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말로는 통하지 않는 상황인지라 INF 탈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는 것이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은 “미국의 INF 탈퇴는 실질적 조치라기보다 트럼프의 협박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기세를 꺾기 위한 협상카드일 수도 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를 선언한 뒤 멕시코, 캐나다와의 무역협정(USMCA)을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한 전례도 있다. 밥 코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가디언에 “NAFTA 재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목적 달성을 위한 트럼프의 제스처”라며 “INF를 유지하면서 러시아를 굴복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도 “여러 분야에서 러시아의 양보를 얻기 위한 행보”라고 규정했다.

물론 미국도 러시아를 몰아세울 명분이 있다. 러시아는 유럽을 겨냥한 서부군관부에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하고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신형 탄도미사일 이스칸데르(나토명 SS-26)를 지난해 2월 실전 배치했고 순항미사일도 투입해 위협수위를 높여왔다. 미국이 INF 체결 이후 중거리 핵탄두미사일 퍼싱과 지상발사 토마호크인 그리폰을 전량 폐기한 것과 대조적이다. INF는 1987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맺은 것으로, 사거리 500~5,500㎞인 중ㆍ단거리 탄도ㆍ순항미사일의 생산, 실험, 배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트럼프의 엄포는 동시에 중국도 겨냥했다. 그는 탈퇴 의사를 밝히면서 “러시아가 (INF 조약이 금지한 무기를) 만들고 중국도 만들고 있는데 우리만 조약을 준수한다면 그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INF를 새로 체결한다면 중국도 끌어들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4월 상원 청문회 당시 해리 해리스 태평양 사령관(현 주한 미국 대사)는 “중국이 INF 당사국이라면 미사일 전력의 95%는 조약을 위반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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