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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의 입기, 읽기] 스트리트ㆍ하이패션의 융합… 더 스타일리시하고 추상적

입력
2018.10.24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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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방가르드 패션 브랜드 꼼 데 가르송이 올해 6월 선보인 드레스.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 패션에 진입하면서 하이 패션은 더욱 난해해지게 됐다. 꼼 데 가르송 공식 SNS 캡처.
일본의 아방가르드 패션 브랜드 꼼 데 가르송이 올해 6월 선보인 드레스.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 패션에 진입하면서 하이 패션은 더욱 난해해지게 됐다. 꼼 데 가르송 공식 SNS 캡처.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 패션에 진입하고 장악하면서 패셔너블함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용어들도 등장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패션의 민주주의다. 이 말은 10여년 전 본격적으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는데 스트리트 패션이 지금의 위치를 점유할 수 있게 된 핵심적인 용어로 여전히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 패션의 민주주의라는 말은 다양한 측면에서 사용된다. 즉 예전 하이 패션에서 말하는 패셔너블함은 특정한 몸, 특정한 인종 등을 상정하고 있는 편향적인 면이 있었는데 이를 비판하는 데서 나왔다. 옷에 사람을 맞추는 걸 반대하고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인종 편향성을 극복하고 성별 다양성을 포용하는 등의 이슈가 있다.

또 다른 측면은 이해하기가 어려운 옷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나왔다. 하이 패션은 역사가 쌓이고 미니멀리즘이나 아방가르드의 시대 등을 거치면서 점차 고도화되었다. 그에 따라 평범한 의복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옷이 많아졌다. 예를 들어 꼼 데 가르송이나 릭 오웬스의 컬렉션을 보면 옷이 멋지거나 예쁘거나 하는 기존의 기준에서 아예 멀리 떨어져 있다.

물론 이런 옷에는 디자이너의 예술관, 다른 옷과의 차별, 패션의 한계 실험 등이 담겨 있다. 모험은 패션을 더 멀리 나아가게 하고 이렇게 등장한 언밸런스룩이나 레이어드룩의 방식이 기존 스타일링에 영향을 주며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이런 특성은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이 다른 방식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즉 하이 패션은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패션을 세상에 선보이고 소비자들이 받아들이는 순서다. 실험이 거듭될 수록 일상의 옷과 간극이 멀어진다. 하지만 스트리트 패션은 스케이트 보드나 서핑, 힙합 등 하위문화의 특성과 지역에 따라 일상복을 다양한 방식으로 입는 데서 비롯되었다. 주도한 사람을 특정할 수 없이 평범한 옷으로 아래에서 형성된 패션이다.

스트리트 패션이 주도하는 최근의 하이 패션은 이 둘이 섞여 있다. 이제는 많은 패션쇼에서 티셔츠와 운동화, 아웃도어 재킷 같은 일상복을 볼 수 있다. 누구나 익숙하고 어떻게 입는 건지 알고 있다. 더 멋지게 보이는 컬러의 조합, 더 스타일리시하게 보이는 매칭의 기존 규칙도 무너지고 있다. 새롭게 조합하고 그게 곧 패셔너블함이 된다.

이런 흐름은 유럽 중심, 높은 진입의 벽, 패션 엘리트의 세계 등 기존 하이 패션이 가진 약점을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친숙하고 이해하기 쉬운 옷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확보한다.

그렇다면 이제 하이 패션의 장벽은 사라지고 모두를 위한 옷이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사실 모두를 위한 고급 패션이란 말은 애초에 모순적이다. 무엇보다 가격의 장벽이 있고 이건 바뀌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예전에 비해 오히려 더 이해하기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숙련공이나 기술자, 제작 방식 등 고급 옷의 높은 가격을 설명할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냥 보기에 버버리에서 한정판으로 나오는 티셔츠와 유니클로의 기본 티셔츠는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협업 제품의 경우 아예 기존 제품과 같지만 컬러나 로고만 다른 경우도 많다. 그 차이가 희소성과 가격의 극심한 차이를 만든다.

결국 이런 경우는 그 제품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방식, 패션의 흐름 등에 기반하고 있을 뿐이다. 즉 옷은 티셔츠라지만 어떤 부분은 예전보다 더 추상적이다. 결국 옷을 어떻게 입는 건지는 한눈에 이해가 될 지 몰라도 대신 다른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생긴다. 그리고 새로운 하이 패션도 이런 점들을 이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내용과 대상이 바뀐 새로운 장벽이 생긴 거다.

그렇지만 예전과 다를 게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이런 변화가 옷을 만들고 구입하는 사람들의 변화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성장과 경험, 사고의 방식, 문화의 거점 등이 모두 이전과 다르다. 이렇게 보면 지금의 변화는 필연적이고 오히려 다른 분야에 비해 늦었다는 생각도 든다.

이런 큰 변화의 시기에는 차이가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패션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지금의 변화에 적응해야 하고 동시에 지금까지보다 더 큰 모험에 나서야만 한다. 즉 지금 하이 패션의 변화는 흥미진진할 뿐만 아니라 유심히 들여다 볼 가치가 있다.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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