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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동차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필요성

입력
2018.10.22 11:4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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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염을 수십 차례 기록한 이번 여름,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40여건의 BMW차량이 도로 위에서 불타는 믿기 어려운 사태가 발생했다. 언론 보도를 본 국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정부의 자동차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만으로 번져 갔다.

BMW사가 사태 수습에서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자 이 불안감은 점점 분노로 바뀌고 정부는 뒤늦게 지난 9월 6일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번에 발표된 혁신방안은 크게 제작사의 법적책임성 강화, 선제적 결함조사 체계 강화, 소비자 보호 및 공공안전 확보, 결함조사 관련 조직 정비 및 기반확충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중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눈여겨볼 사항은 소비자 보호 부분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다. 현재, 자동차관리법상 결함은폐와 관련된 손해배상 규정이 명문화 되어있지만 구체적인 배상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제조물책임법의 경우 손해의 3배를 보상하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이는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손해에 대해서만 적용이 된다.

입법추진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재산적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기업에게 배상책임이 있으며, 손해액의 5배 이상을 배상하고 불법행위에 관한 입증책임은 제작사가 지는 것으로 논의되고 있어 자동차 구매자의 권리보호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지난 2013년 미국에서 도요타에게 부과한 리콜, 소송합의금, 벌금 등 총 40억달러(4조7,000억원)를 지급한 사례나,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로 인해 민형사상 벌금 등 총 300억달러 규모의 배상을 이끌어 낼 만큼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소비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첫 단추는 끼워졌다고 볼 수 있다.

집단소송 등이 발생할 경우 제작사가 입증책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요청하는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기업은 이 부분에서 상당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자동차 품질 향상에 더욱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법체계 하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의 부당 이득성, 손해배상액의 자의적 산정 등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자체가 이질적이며, 과잉처벌로 인한 기업의 경제활동을 위축과 소비자 소송남발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도 도입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가장 강력하게 운용하고 있는 미국은 세계에서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우리나라는 자동차 제작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형식승인제도를 폐지하고 제작사 스스로가 안전기준을 인증하는 자기인증제도를 시행하는 등 기업의 경제활동에 최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기업은 부여 받은 자율성만큼 자동차 제작 및 판매에 있어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만약, 하자가 있는 물품을 무책임하게 판매한다면, 그것은 악의적인 불법행위이며 관련 기업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동차리콜 대응체계 혁신방안’에서 입법 논의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의 책임감을 상기시키고 악의적인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정술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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