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김무성 등 활동 공간 넓혀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15일 두 달간의 미국 체류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태극기부대로 통칭되는 친박근혜 그룹에 대한 입장 차이로 소란스럽다. 보수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당 지도부가 이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의중을 내비치면서, 당의 쇄신 방향 등에 미칠 영향을 두고 적절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비상대책위 한 핵심관계자는 21일 “최근 태극기부대로 추정되는 1만명 이상이 한국당에 입당 원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태극기부대가 일부 복당파 의원들 집까지 찾아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려 온다”고 말했다. 이들의 입당은 일단 내년 1, 2월쯤으로 예상된 전당대회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친박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를 장악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의 차기 대선주자 중 황 전 총리가 맨 앞에 이름을 올리는 것과도 무관치 않은 상황이다.

최근 당 지도부의 발언이나 행보도 이런 흐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태극기부대와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안보 측면에서 내가 말한 보수의 철학과 어긋남이 없다. 얼마든지 국가의 미래와 손잡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조직강화특위 위원인 전원책 변호사도 “그분들을 우리 보수 세력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태극기부대를 대표하는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은 19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용태 한국당 사무총장에게 전화가 왔다”며 접촉 움직임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김용태 사무총장은 “단순히 차 한잔 마시자고 한 것 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공식적인 당의 입장은 문재인 정권 폭주를 걱정하고 견제하는 사람들 누구라도 만나겠다. 단일대오를 만들자는 것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노무현의 책사’였던 김 위원장과 비박계 복당파인 김성태 원내대표, 김 사무총장이 당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태극기부대를 둘러싼 논란을 스스로 자초하는 게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들이다. 당 내부에서는 “교차로에서 좌우 깜빡이를 번갈아 켜다가 직진을 하는 모습 같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비대위 출범 당시 중도보수 세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당으로의 재건 신호가 읽혔다면,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다시 우회전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당의 한 관계자는 “비대위 출범 전 홍준표 체제에서도 제1의 과제가 ‘친박 청산’이었다”며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법의 심판도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를 상징하는 태극기부대를 포용하겠다는 얘기를 꺼내서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무엇인지 납득이 잘 안 간다”고 우려했다.

당 내부에서는 이런 비대위의 혼선이 결국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 등 자신들이 내치겠다고 공언한 인사들의 활동 공간을 되레 넓혀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며칠 사이 홍 전 대표는 정치 재개를 위한 예고편을 잇따라 띄우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시급한 일은 보수우파 진영이 재집권 할 수 있는 기반을 새롭게 닦는 일”이라며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당원도 아닌 분들이 당에 들어와 혁신을 주장하는 상황이 됐다면 이미 그 당은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김병준 비대위ㆍ전원책 조강특위 체제를 싸잡아 비판했다. 최근에는 포럼 등 구심점을 만들기 위해 당내ㆍ외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는 전언이다. 두 달도 안 남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강석호 김학용 등 측근 의원들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김무성 의원까지 이를 계기로 존재감을 드러낼 경우, 비대위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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