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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지원 증세 놓고 맞붙은 실리콘밸리 두 거물

입력
2018.10.21 16:56
수정
2018.10.21 19: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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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베니오프 부부. AFP 연합뉴스
마크 베니오프 부부. AFP 연합뉴스

“노숙자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ㆍCEO)

“한순간 기분 좋아지게 만드는 즉각적인 조치가 아니라 장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잭 도시 트위터 CEO)

이는 최근 노숙자 지원을 위해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두고 트위터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한 대목이다. 흥미로운 것은 노숙자 지원 단체와 재계 간에 설전이 오가는 것이 아니라, 실리콘밸리 거물들끼리 다투고 있다는 점이다.

논쟁의 발단은 11월 6일 샌프란시스코시 주민투표에 붙여지는 일명 ‘C 법안’이다. 노숙자 지원 단체와 샌프란시스코 민주당 등이 주도한 이 법안은 이 시에 본사를 둔 기업체에 연간 3억달러(약 3,4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거둬 노숙자들의 임시 거처 및 주택,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각 지자체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오히려 세금 감면 혜택을 경쟁적으로 제공하는 상황에서 어찌 보면 무모한 증세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만 해도 2011년 본사를 이전하겠다는 트위터사의 압박에 법인세를 감면했던 터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런던 브리드 시장과 스콧 위너 주 상원의원 등은 "대기업들이 과도한 세금 부과에 부담을 느껴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수 있다"면서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 내부에서 뜻밖의 이단아가 나왔다. 온라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CEO가 ‘C 법안’ 통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그는 연일 트위터에 “7,500명의 노숙자들이 매일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있다”며 “샌프란시스코 최대 고용업체로서 우리가 이 문제의 일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세금 부과를 자청하고 있다.

자신의 트위터 계정 타이틀에 ‘C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라’는 구호를 적어둘 정도로 트위터만 보면 그는 노숙자 지원 활동가에 다름없다. 베니오프는 지난 12일 C 법안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트위터와 스퀘어를 경영하는 잭 도시 CEO의 트윗에 “그와 그의 회사가 그동안 우리 도시, 노숙자 프로그램, 공립 병원, 공립 학교 등에 정확히 얼마를 돌려주었느냐"고 질타하는 댓글도 달았다. 이에 맞서 잭 도시는 C 법안이 통과되면 스퀘어사가 세일즈포스보다 작은 회사인데도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시스코의 척 로빈스 CEO가 성명을 내며 베니오프 편에 가세하긴 했으나 실리콘 밸리의 상당수 업체들은 여전히 C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아예 법안 반대 캠페인에 거액을 기부하며 적극적인 저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과도한 세금 부과로 기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결국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수밖에 없어 노숙자 지원 재원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논란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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