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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즐거운 행위… 쾌감 느끼는 뇌 부위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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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즐거운 행위… 쾌감 느끼는 뇌 부위 활성화

입력
2018.10.22 20: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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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배우 주윤발이 최근 자신의 전 재산인 8,100억원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돈은 내 것이 아니다. 돈은 행복의 원천이 아니다. 내 꿈은 행복하고 평범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평화로운 생각을 하고, 걱정 없이 생을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연기만 잘하는 배우라고만 여겼던 평소의 생각이 완전히 빗나갔다.

국내에도 기부를 활발히 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최수종-하희라 부부, 션-정혜영 부부, 하춘화, 김장훈 등이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다. 이들처럼 비록 큰 기부가 아니더라도 폐지와 고철을 모아 쌀 80포대를 25년간 꾸준히 기부하는 가슴 뭉클한 선행도 있다.

기부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기부라는 형식을 빌리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전혀 관계없이 기부하는 이타적인 기부도 있다. 이런 순수한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에는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같이 느끼는 공감 신경망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상태를 보면 자신의 뇌도 다른 사람의 감정과 같은 상태가 된다.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리졸라티는 원숭이 연구를 통해, 다른 원숭이의 행동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자신이 행동하는 것처럼 뇌가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거울신경(mirror neuron)’이라고 명명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의미다.

인간에게도 이와 같은 거울신경이 존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면서 자신이 같은 행동을 하는 신경이 활성화된다면, 타인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나 의도, 감정을 스스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2005년 미국 UC샌프란시스코 이아코보니 교수팀은 기능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한 연구를 통해 인간에게 거울신경이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그는 인간의 거울신경이 공감과 같은 사회적 행동의 가장 기본이 된다고 주장했다. 거울신경은 주로 전두엽 아래쪽 부위와 배측전운동영역(ventral premotor cortex)이 관련돼 있다. 어린이들이 자라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행동을 이해하게 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거울신경이 있어 타인의 생각이나 의도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울신경은 사회화 과정에 관련하는 결정적인 부위다. 이 부위에 문제가 발생하면 자폐증, 반사회적 인격장애처럼 타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감정상태에 둔감하게 된다.

기부하는 사람들은 기부하면 할수록 점점 더 기부하고 싶어지고, 기부할 때마다 상당한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션-정혜영 부부는 “기부하면 할수록 우리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기부는 정말 중독성이 있는 것일까? 흔히 기부를 받는 사람이 더 행복할 것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기부를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

연구에 따르면, 아무런 조건 없이 기부를 하면 뇌에서 보상과 관련된 부위인 중변연계(mesolimbic system)가 활성화된다. 이 부위는 보상과 관련돼 있어 즐거움이나 쾌감을 느끼는 뇌중추다. 기부를 하면 즐거움이나 쾌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이 부위는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도파민이 많은 부위로 중독과도 관련 있는 뇌영역이다. 기부하면 할수록 더 기부하고 싶어지는 것은 도파민이 반복적으로 분비돼 중독성이 생기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기부는 타인에 대해 공감해야 한다. 공감을 바탕으로 한 기부행위는 기부하는 사람을 즐겁게 만들고, 이로 인해 기부를 계속하게 된다. 연말이 다가오면 기부 릴레이가 시작될 것이다. 재능 기부이든, 노력 기부이든, 금전 기부이든 작은 것부터 나눌 수 있는 따뜻한 기부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았으면 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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