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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 연루’ 누명 학생단체 간부…43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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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청학련 연루’ 누명 학생단체 간부…43년 만에 무죄

입력
2018.10.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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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당시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를 한 학생단체 간부가 43년 만의 재심에서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오영준)는 내란선동 및 긴급조치 1ㆍ4호 위반 등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이직형(80)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 총무 대리직에 있던 이씨는 1974년 3월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민청학련 구성원과 만나 정부 전복을 목적으로 하는 폭력혁명 계획을 격려하고, 자금 지원 요청을 수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비상보통군법회의는 같은 해 7월 징역 20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이씨의 항소에 2심은 징역 12년 및 자격정지 12년을 선고했고, 다음해 4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이씨는 “내란을 선동한 사실이 없고 민청학련의 존재도 몰랐다”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시정과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정부 비판 시위를 한 것일 뿐”이라면서 지난해 9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이씨와 참고인들이 한 진술은 불법 감금 상태에서 구타와 물고문 등 가혹행위에 의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 “나머지 증거들 역시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선동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이씨에게 적용된 긴급조치 1호 및 4호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면서 “애초부터 위헌이고 무효이기 때문에 이씨 사건이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이씨에게 “장기간 위법적 법령과 잘못된 판결로 인해서 심신에 상당한 고통을 당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늦게나마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해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청학련 사건은 1974년 긴급조치 4호를 내세운 박정희 정권이 “불온세력 조종을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면서 학생 180여명을 구속기소한 일이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는 2005년 “유신정권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 준비를 공산주의자들의 배후조종을 받는 인민혁명 시도로 왜곡해 탄압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이철 전 민주당 의원, 박형규 목사, 시인 김지하씨 등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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