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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묵 스님 “수행은 욕망을 버리면서 얻는 행복을 추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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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묵 스님 “수행은 욕망을 버리면서 얻는 행복을 추구해요”

입력
2018.10.21 16:31
수정
2018.10.21 18:2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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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센터 제따와나 선원 설립 9년 만에 춘천으로 이전

일묵스님은 제따와나 선원에 관해 "한국 불교 내에서 초기불교 수행 도량을 잘 갖춘 사례는 처음"이라며 "수행을 일상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제따와나 선원 제공
일묵스님은 제따와나 선원에 관해 "한국 불교 내에서 초기불교 수행 도량을 잘 갖춘 사례는 처음"이라며 "수행을 일상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제따와나 선원 제공

“불교도 현대화가 돼야 합니다.”

불교의 사회적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불자 수는 감소하고, 종단 안팎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불교계가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크다.

해법은 없는 것일까. 지난 18일 전화로 만난 초기불교 전문가 일묵스님(53)은 “불교도 대중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불교라 하면 고루한 느낌이 있다”며 “옛날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종단에서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만, 대안은 아직까지 잘 모르는데 현대적인 측면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묵스님은 대중이 불교와 가까워질 수 있도록 수행 학교를 차렸다. 2009년 서울 방배동에 수행센터 제따와나 선원을 차리고 대중을 상대로 초기불교의 교학과 수행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했다. 제따와나 선원은 사성제(불교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에 따라 팔정도(불교 수행에서 8가지 올바른 길)를 실천하는 중도 수행을 배우는 곳이다. 불교의 수행센터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보편화 돼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조차 낯설다.

제따와나 선원은 지난 14일 설립 9년 만에 강원 춘천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울은 접근성은 좋지만, 환경적으로 수행을 실천하기 어려워” 좀 더 한적한 곳으로 이전했다. ‘제따와나’는 팔리어로 기원정사를 의미한다. 기원정사는 부처가 가장 오랜 시간 안거를 보내며 가르침을 펴낸 수행처다. 부처의 원음을 되살리자는 의미로 춘천의 제따와나 선원은 기원정사 유적지의 벽돌과 비슷한 파키스탄 벽돌 약 30만장을 사용해 지었다. 전통적 한국 사찰과 달리 콘크리트와 벽돌로 만들어진 선원이라 화제가 됐다.

인도 기원정사 유적지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강원 춘천 제따와나 선원. 제따와나 선원 제공
인도 기원정사 유적지의 모습을 본 따 만든 강원 춘천 제따와나 선원. 제따와나 선원 제공

일묵 스님은 제따와나 선원의 수행에 관해 “너무 즐기는 수행도, 그렇다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고행도 아니다”라며 “적절하게 균형을 잡은 수행으로 탐욕, 집착을 극복하는 법을 체계적으로 배운다”고 말했다. 수행을 하는 이유로는 “행복”을 들었다. “행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했어요. 하나는 욕망을 충족했을 때 오는 행복, 하나는 욕망을 버리면서 오는 행복이죠. 수행하는 삶은 두 번째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에요. 욕망은 우리를 끊임없이 달리게 만들어 진정한 행복을 실현하기 어렵거든요.”

일묵 스님도 무소유의 행복을 누리기 위해 세속적 성공을 포기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한 스님은 대학원 1학년 때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다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 1996년 원택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일묵 스님은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는 게 즐겁고 행복하다”며 “출가를 후회해본 적 없다”고 했다.

제따와나 선원을 시작으로 수행 도량이 우리나라에 뿌리 내리게 하는 것이 일묵 스님의 목표다. “사성제, 팔정도를 전파할 현대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요. 수행센터가 확산되고 초기불교 연구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면 수행의 삶이 현대인의 일상에 정착될 겁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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