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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스토리]박정환 9단, 60개월만에 ‘국내 1위’ 스톱…신진서 9단 ‘1위’ 등극

입력
2018.10.20 00:48
수정
2018.11.21 19:06
0 0

<31>20일 기준, 박 9단 랭킹점수 9,990점에 그쳐...9,998점 얻은 신 9단에 1위 내줘

신진서(왼쪽) 9단이 지난 2014년 1월 이후, 한국 프로바둑 랭킹 사상 최장 연속 1위를 지켜왔던 박정환 9단의 60개월 연승 기록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기원 제공
신진서(왼쪽) 9단이 지난 2014년 1월 이후, 한국 프로바둑 랭킹 사상 최장 연속 1위를 지켜왔던 박정환 9단의 60개월 연승 기록에 제동을 걸었다. 한국기원 제공

국내 바둑계에서 ‘절대지존’으로 군림했던 박정환(25) 9단의 ‘1인 독주’ 시대에 제동이 걸렸다.

20일 한국기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박 9단은 랭킹 점수에서 9,990점에 그치면서 9,998점을 획득한 신진서(18) 9단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박정환 9단은 이로써 지난 2014년1월 1위에 오른 이후, 60개월 여만에 ‘넘버2’로 내려 앉았다. 2009년1월 한국기원에서 랭킹제도를 도입한 이후, 진행 중이었던 박정환 9단의 최장 연속 1위 기록도 중단됐다. 3위엔 9,785점을 획득한 김지석(29) 9단이 올랐다.

박정환 9단은 국내 바둑계에선 ‘절대지존’으로 군림했다. 실제 박정환 9단은 무려 59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를 지켜냈다.

물론, 아직까지 박정환 9단이 60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켜낼 가능성은 남아 있다. 두 선수의 이달 내 대국이 모두 종료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갑조리그에 출전 중인 박정환 9단은 2경기를, 신진서 9단은 1경기를 각각 남겨둔 상태다. 두 선수는 또 23일로 예정된 KBS바둑왕전 16강전에 진출해 있다. 매월 초 전월 순위를 발표해 온 한국기원 일정을 감안하면 두 선수의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선 박정환 9단이 60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 기록을 이어갈 순 있다.

하지만 박정환 9단이 지금까지 59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켜온 과정에서 2위와의 월등한 점수 차이로, 단 하루도 선두를 빼앗겼던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박정환 9단의 연속 기록 행진이 깨진 건 분명하다.

아울러 박정환 9단이 60개월 연속 국내 랭킹 1위를 확실하게 지켜낼 것이란 보장 또한 없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현재까지 46승16패(승률 74.19%)로 다승 랭킹 3위에 올라 있는 박정환 9단의 중국 갑조리그 성적은 2승7패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73승20패(승률 78.49%)로, 국내 다승과 승률에서 모두 1위를 질주 중인 신진서 9단은 중국 갑조리그에서 조차 10승1패로 초강세다. 두 선수의 남은 최종 경기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신진서 9단이 이달 말에도 국내 랭킹 1위를 지켜낼 공산이 낮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 달 25일 중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렸던 ‘제1회 천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B조 결승에서 박정환(맨 오른쪽) 9단이 신진서(맨 왼쪽) 9단에게 승리한 직후,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지난 달 25일 중국기원 특별대국실에서 열렸던 ‘제1회 천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B조 결승에서 박정환(맨 오른쪽) 9단이 신진서(맨 왼쪽) 9단에게 승리한 직후, 목진석 국가대표팀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복기를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특히 신진서 9단의 자신감이 현재 충만하단 사실도 이런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신진서 9단은 지난 15일 막을 내린 ‘제5회 오카게배 국제신예바둑대항전’(우승상금 4,500만원, 30세 이하)에 한국팀 주장으로 출전, 4전 전승과 더불어 숙적인 중국을 제치고 우리나라에 우승컵을 선사했다. 신진서 9단은 우승 직후 시상식 인터뷰에서 “대회에 처음 출전해 우승까지 해 기쁘다”면서도 “세계대회 우승자는 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내년엔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스럽다”며 재치 넘치는 소감을 전했다.

세계 바둑 랭킹에선 이미 신진서 9단이 박정환 9단을 제쳤다는 지표도 나왔다. 세계 바둑 랭킹 사이트인 고레이팅에 따르면 최근 랭킹 점수에서 3,650점으로 1위를 올랐다. 2위는 중국 미위팅(22) 9단이 3,646점을, 3위는 박정환 9단이 3,640점을 각각 얻으면서 추격 중이다. 고레이팅은 비공식이긴 하지만 대국 결과를 바탕으로 산정하는 세계에선 유일한 글로벌 바둑 랭킹 사이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국내 바둑계도 사실상 신진서 9단과 박정환 9단의 본격적인 ‘쌍두마차’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둑TV 해설위원 겸 현 국가대표 코치인 홍민표(34) 9단은 “최근 박정환 9단의 부진은 중국 등을 오고 가면서 체력적인 문제가 겹쳐진 일시적인 슬럼프로 보면 될 것 같다”며 “당분간 국내 바둑계는 박정환 9단과 현재 최고조에 올라 있는 신진서 9단의 ‘양강체제’로 흘러갈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두 선수간 전적에선 박정환 9단이 신진서 9단에게 9승4패로 앞서 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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