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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북한서 공식 초청장 오면” 조건 내걸어… 북한, 종교 위협 감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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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북한서 공식 초청장 오면” 조건 내걸어… 북한, 종교 위협 감수할까

입력
2018.10.19 20:00
수정
2018.10.19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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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교황청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묵주를 선물받은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18일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교황청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묵주를 선물받은 뒤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바티칸=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실상 방북 승낙 의사를 밝혔지만 실제 교황의 북한 방문이 성사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아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요청 사안인 ‘공식 초청장’을 보낼지 결단을 내려야 하는 데다, 교황청으로서도 북미간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 국면이 유지돼야 방북을 최종 결정할 수 있다는 면에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에게 “북한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이 오면 나는 갈 수 있다”고 답한 것은 일단 김 위원장의 최종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김희중 대주교에게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한 내 종교 통제가 어려워질 위험을 감수하며 실제 초청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일성 주석 집권기였던 1991년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당시 2000년 교황 방북이 추진되다 불발된바 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에 따르면 북한 내 천주교 신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정권의 우려가 상당해 이를 넘어서야 한다. 북한에는 1989년 기준 3,500여명의 가톨릭 신자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초청장 발신’을 조건으로 한 것은 교황청이 지켜오던 최소한의 형식적 절차를 따르겠다는 표시기도 하다. 교황 방북은 통상 교황이 천주교 수장으로서 신도들을 찾는 ‘사목 방문’(pastoral visit)의 성격을 띈다. 종교계에 따르면 교황 방문을 위해선 교회법 상 해당 국가 정부와 천주교회가 바티칸에 초청장을 보낸 다음, 천주교주교회의 의장과 방문 도시의 교구장이 교황을 맞이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에는 천주교 단체인 ‘조선가톨릭협의회 중앙위원회’와 ‘평양 장충성당’이 있을 뿐 사제가 없다. 때문에 평양교구장서리인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대표로 교황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염 추기경이 교황을 수행하든 교구장 없이 방문하든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서는 기존 의전을 일부 생략하는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재 부침을 겪고 있는 북미 비핵화 및 평화구축 협상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상 첫 북한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선 수개월의 시간이 걸리는데 적어도 그간 북미간 협상이 좌초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본격적인 비핵화 단계라 할 수 있는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을 앞두고 양측이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 단계에 진입조차 못한다면 방북 준비도 무리수라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정부 관계자는 “교황 방문은 갈등 중인 국가들을 중재하는 의미가 크기 때문에 약간의 협상 교착 상태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내년 방문이 유력한 상황에서 외부적 정치 상황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제들이 해결되면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가 남는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점은 내년 봄 또는 하반기다. ‘봄 방북설’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제가 들은 바로는 교황이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신다”고 말하면서 제기됐다. 반면 방북 준비에 걸리는 시간,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 일정 등을 고려해 내년 하반기도 유력 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내년 교황이 일본을 찾을 때 아시아 역내 국가를 같이 방문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는데 이게 북한으로 조정될 수 있다”며 “내년 5월 1일 일왕 생전 선위가 이뤄지는 만큼 일본 등 아시아 순방은 최소 6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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