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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생각의 차이

입력
2018.10.19 18: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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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토머스 칼라일은 이런 말을 했다. “길을 가다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걸 걸림돌이라 하고, 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한다.” 살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돌들을 수없이 만난다. 때론 걸림돌, 때론 디딤돌이다. 기준은 간단하다. 난관을 이겨 내면 디딤돌이고, 이겨 내지 못하면 걸림돌이다.

어느 정도의 돌이 걸림돌이고 어떤 돌이 디딤돌일지 객관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고 돌을 대하는 생각과 자세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걸림돌인데도 어떤 이는 이를 디딤돌로 삼는다. 사실 그 차이는 돌을 대하는 생각에서 온다. 아무리 큰 걸림돌이라도 생각을 바꾸고 마음만 먹으면 능히 디딤돌로 만들 수 있다. 살면서 무수히 많은 난관을 이겨 낸 사람들은 오히려 그 난관 때문에 단련되고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쇠는 쇠붙이를 불에 달구어 망치로 두들기는 ‘단련’을 통해 단단해진다. 처음부터 강철인 것이 아니라 연철을 단련해야 강철이 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시련을 피하려고만 생각하면 성공할 수 없다. 같은 상황에서 사람마다 행동이 다른 것은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다. 반 컵의 물을 보고 혹자는 반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혹자는 반밖에 안 남았다며 좌절한다. 매일 똑같이 주어지는 하루지만 어떤 날은 시간이 화살처럼 흐르고 어떤 날은 일각이 여삼추처럼 지루하다. 생각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를 낳고, 행동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비슷한 환경에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불행하다며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어떻게 사는 게 나쁜 건지는 말할 수 있어도 잘 사는 게 뭔지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왕 한 번뿐인 삶,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생각을 갖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

오래전 내 결혼식 때 주례를 섰던 분은 대학 은사인 한완상 교수였다. 한 교수님의 주례사는 당대의 명주례사로 손꼽혔다. 당시 당신께서 해 주신 당부는 살아오는 동안 삶의 지침이 됐다. 사랑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때문에 사랑’이고 또 하나는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것이다. 예쁘기 때문에, 잘생겼기 때문에, 돈이 많기 때문에, 집안이 좋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때문에 사랑’이다. 하지만 보잘것없음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집안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업하다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열정이 필요한 ‘불구하고 사랑’이다. ‘때문에 사랑’은 그 원인이 소멸되면 금방 사라지지만, ‘불구하고 사랑’은 고통마저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가르침이었다.

무엇 때문에 뭔가를 하는 것은 오래 못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우리 조국은 힘이 없고 시대 변화에 뒤처져 나라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식민지 조국을 사랑했다. 부모님 세대는 전쟁의 폐허와 보릿고개로 열악한 삶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땀 흘려 일하고 노력해 결국 한강의 기적을 이뤄 냈다. 자수성가한 위인 중에는 돈 없고 ‘빽’ 없고 힘든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를 디딤돌 삼아 스스로를 단련하고 난관을 극복해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돈이 없기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핑계 대는 것은 비겁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사람은 모든 상황에서 ‘때문에’를 찾고,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이루려 한다. 실패하는 사람은 늘 실패한 핑계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성공하는 자는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실패와 성공, 핑계와 방법은 종이 한 장 차이다. 그것은 생각의 차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화협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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