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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업서 교훈 얻은 제지의 명가, 사업재편 통해 재도약 나서

입력
2018.10.22 04:40
수정
2018.10.22 11:24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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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 통한다. 원샷 018.’

1997년 10월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한솔PCS’가 당시 내걸었던 광고 카피다. 제지사업을 주력으로 삼던 한솔그룹은 1996년 PCS사업자로 선정된 뒤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며 정보ㆍ통신 회사로 변신을 시도했다.

당시 이동통신 사업은 폭발적인 성장전망이 쏟아지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 대접을 받았다. 한솔과 함께 PCS사업자로 선정된 LG텔레콤(019)과 한국통신프리텔(현 KTㆍ016)도 장밋빛 전망에 취해 PCS 사업 확장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PCS 시장에서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기까지는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1996년부터 서비스를 해온 셀룰러 사업자(SK텔레콤, 신세기통신)까지 포함하면 5개사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하며 업체 간 과당 경쟁을 피하기 어려웠다. 초기 가입자를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만큼 업체들은 가입자 1인당 30만, 40만원의 보조금을 뿌리고, ‘연인 간 무제한 통화’라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요금제를 내놓기도 했다. 결국 굴지의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한솔과 신세기 통신은 각각 KT와 SK텔레콤에 인수되며 이동통신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제지회사에서 정보통신 회사로 변신하려던 한솔그룹의 꿈도 함께 좌절됐다.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62세 생일을 맞아 1972년 2월 12일 서울 장충동 자택에 모여 찍은 가족 사진. 맨 뒤에 앉은 사람은 3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한복을 입은 사람은 장녀인 이인희(오른쪽) 한솔 고문과 5녀인 이명희 신세계회장이다. 창업주의 무릎에 앉은 아이가 당시 5세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62세 생일을 맞아 1972년 2월 12일 서울 장충동 자택에 모여 찍은 가족 사진. 맨 뒤에 앉은 사람은 3남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한복을 입은 사람은 장녀인 이인희(오른쪽) 한솔 고문과 5녀인 이명희 신세계회장이다. 창업주의 무릎에 앉은 아이가 당시 5세이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한국일보 자료 사진.

한솔그룹은 삼성그룹이 1968년 인수한 전주제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전주제지는 1993년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하면서 고(故) 이병철 회장의 장녀 이인희 고문이 경영을 맡게 된다. 한솔그룹은 국내 제지업계 1위 기업 한솔제지를 주력 계열사로 삼아 임업과 화학 등에도 발을 넓히며 재계 20위권 기업으로 부상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보편화하기 전 제지업체들은 사무용품, 달력, 수첩, 잡지 등 생활 전반에 쓰이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며 주요 기업으로 인정받았다. 한솔은 1996년에는 PCS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그룹의 외형을 한 단계 더 넓히는 듯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후 전 산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 기조와 LG, SK 등 국내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국내 굴지 대기업들과의 자금력 싸움에서 밀리며 통신사업을 포기하게 된다.

PCS사업 실패는 한솔그룹에 여러 변화를 안겨줬다. 우선 한솔그룹은 PCS 사업부 매각 후 악화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주제지 공장을 매각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PCS 사업을 추진했던 이인희 고문의 2남 조동만 전 회장 대신 3남 조동길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등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조동길 회장은 2002년 회장에 취임한 이후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2조원 대 그치던 그룹 매출을 5조원대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지만 한솔그룹은 재계 순위는 50위권 밖으로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인쇄용지 비중이 큰 국내 제지업계 내 한솔의 위상은 여전히 굳건한 상태다. 한솔은 특히 2012년 이후 영수증 종이 등으로 쓰이는 ‘감열지’ 생산 시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특수지 분야 세계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한솔그룹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최근 한솔개발이 운영 중인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의 매각작업에 나선 상태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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