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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비밀 한 가지

입력
2018.10.19 18: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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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시를 위해 SNS에 올려진 화려한 사진들을 보며 자신의 현재 모습을 부정하고 장밋빛 미래에만 마음을 두는 젊은이들, 초점 없는 눈빛과 퉁명한 말투로 현재 마주하고 있는 상대를 부정하는 젊은이들, 소속집단과 준거집단의 간극에서 비롯된 고뇌와 그로 인한 상처로 마음의 벽을 쌓는 젊은이들, 그들과 함께 하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도 그들은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껍데기와 함께 할 뿐이다.

과거 없는 현재가 없듯 현재 없는 미래도 없다. 매 순간 우리가 마주하는 삶이 쌓여서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낸다. 꿈꾸는 장밋빛 미래가 우리 앞에 펼쳐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재 주어진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현재 모습이 스스로가 원하는 모습이 아닐지라도 우리가 가고자 하는 미래로 걸어가기 위해서는 바로 오늘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가 주어지면, 원하는 일자리가 주어질 때까지 잠시 주어진 일 쯤으로 치부하거나 스스로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 쯤으로 치부하면서 마음을 다해 일을 대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보다가 무표정한 얼굴과 피곤한 말투로 마지못해 고객을 응대하는 젊은이들, 주어진 상황에서 고객의 욕구를 살피기 보다는 숙지한 매뉴얼 대로 고객을 기계적으로 응대하는 젊은이들, 마음을 담아 일과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잠시 주어진 허드렛일조차도 꿈꾸는 미래를 위한 소중한 배움의 기회인데 말이다.

삶에 필요한 대부분의 지혜는 관계를 통해 학습되고, 삶의 성공도 결국 관계를 통해 만들어 진다. 하지만 그들은 관계를 만들어 가려 노력하기 보다는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을 접한다. 그리고 보고 싶은 정보와 콘텐츠만을 취하며 그들이 만든 틀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다.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 살아가지만 모순되게도 그들의 삶은 갈수로 편협해 진다.

부모 세대가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 살아가지만 그들의 삶은 더 없이 척박해져 간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정치인들은 앞다투어 그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기성세대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하며 그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기 바쁘다. 그리고 그들은 흙수저 증후군에 편승해 자신의 실패를 사회 탓으로 치부하며 분노한다. 그들의 나약함을 지켜보는 것이 안타깝다.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은 젊은이들에게 더 없는 상실감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사람과의 경쟁도 모자라 이제는 기계와도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 원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일자리가 기계에 의해 대체될 때 사람의 향기는 더욱 그리워질 것이다. 숙지한 매뉴얼 대로 고객을 기계적으로 응대하는 업무라면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겠지만, 관계 속에서 따뜻한 정을 주고받으며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기계에 의해 대체된다면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굳이 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다가올 변화를 논하지 않더라도 조직과 사회는 주변과 소통하며 주변을 배려하는 이타적이고 능동적인 구성원을 선호한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전보다 성공의 기회를 접하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주변을 배려하는 이타적이고 능동적인 구성원을 이전보다 찾아보기 쉽지 않은 만큼, 자신을 가두어 놓은 벽을 허물고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면 이전보다 쉽게 성공의 기회를 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젊은이들의 성공을 견인해 줄 40, 50대의 관리자들은 사람의 향기를 더욱 그리워한다. 이력서에 스팩 한 줄을 더 채워넣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 주어진 위치에서 마음을 담아 오늘 하루를 채워 가는 것이 성공의 비밀임을 젊은이들에게 일러 주고 싶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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