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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유연탄 발전 12.9%↑… 온실가스 감축에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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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에 유연탄 발전 12.9%↑… 온실가스 감축에 역행”

입력
2018.10.18 17:39
수정
2018.10.18 21:3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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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회원들이 최연혜(오른쪽에서 두 번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소형 기자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회원들이 최연혜(오른쪽에서 두 번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임소형 기자

“지난해 국내 유연탄(화석연료) 발전량이 2만6,020기가와트(GWh) 증가했고, 이 영향으로 이산화탄소 2,141만톤이 추가로 발생했다. 현재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은 중국과 맞먹는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부 교수)”

이공계 교수 140여명으로 구성된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에교협은 18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탈원전과 전기요금, 온실효과 그리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이라는 주제로 제3차 토론회를 열고 국가 대계인 에너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진 채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에교협 구성원 중 원자력 전공 교수는 약 40명이고, 나머지는 원자력을 제외한 이공계와 인문사회계 교수들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국내외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국제사회 움직임에 역행한다는 우려가 컸다. 지난해 국내 원자력 발전량은 14만8,427GWh로 전년 대비 8.4%(1만3,568GWh) 줄었고, 유연탄 발전량은 22만7,460GWh로 12.9%(2만6,020GWh) 늘었다. 이에 따라 발전연료로 사용된 유연탄은 2017년 8,921만7,000톤으로 전년 대비 14.3%(1,117만2,000톤) 증가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온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이 같은 유연탄 발전 증가로만 지난해 이산화탄소가 2,141만톤이 더 발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8일 ‘지구온난화 1.5도’라는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45%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3억1,480만톤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한 바 있다. 온 교수는 “탈원전 정책으로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늘면 결국 산업이나 건물, 수송 부문의 감축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정책으로 기업들의 탄소배출권 수요가 증가할 거란 예상에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 6월 톤당 2만6,250원으로 1년 전(2만600원)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에너지 정책의 기반이 되는 전력 수요 예측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지난해 2017~2030년 전력수요가 연평균 1.3% 증가한다고 전제하고 원자력 발전 비중을 크게 낮춘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내놓았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에 대해 “과거 13년 동안 연평균 4.0%씩 증가해온 것을 고려하면, 예상 증가율을 낮추는 데 있어 합당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역시 올해 최대 전력수요는 오히려 8차가 아니라 지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전망치와 유사하게 나타났다고 꼬집었다. 올 7월 측정된 최대 전력수요는 92.5GW인데, 8차와 7차 계획에선 올여름 최대 수요를 각각 87.5GW, 93.8GW로 예측했다.

교수들은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과 안전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47.2GW 용량의 신재생발전 설비를 신설해 신재생발전 총 설비용량을 58.5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날씨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탓에 전력수요가 최대일 때 이들 설비의 공급 기여도는 5.7GW에 불과하다. 원자력발전의 효율이 85%인데 비해 태양광과 풍력은 현재 기술로 각각 15%, 25%에 머물고 있다.

태양광 발전은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쉽지 않다. 모자라는 발전량은 LNG발전 등으로 보충하고, 남으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해야 한다. ESS는 대개 리튬이온배터리로 만든다. 이 교수는 “끊임없이 발열이나 발화 위험이 제기되고 있는 리튬이온배터리를 곳곳에 대규모 ESS로 설치해야 하는 만큼 안전사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수들은 장기적으로 원전을 줄이고 신재생발전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했다. 그러나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과 체계적인 신재생발전 성장 정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풍현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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