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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놓친 한은… 경기 추락하는데 금리 올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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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놓친 한은… 경기 추락하는데 금리 올릴 판

입력
2018.10.19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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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를 알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개회를 알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6년 만에 최저 수준인 2.7%로 낮추면서도 다음달 기준금리는 올리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경기 하강 국면 진입이 확실해진 마당에 되레 통화정책 당국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금리인상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런 모순된 상황을 두고 1년 가까이 추가 금리 인상 신호만 보내다가 결국 실기(失期)하고만 한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한은이 제때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서 향후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카드를 쓰기도 어려워졌다.

한은은 18일 오후 ‘2018~19년 경제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7월 전망) 2.9%에서 2.7%로 0.2%포인트 낮췄다. 종전 2.8%였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올해와 같은 2.7%로 하향 조정됐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부진했던 2012년(2.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정규일 한은 부총재보는 “투자 부문의 조정(감소)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진행된 점 등을 반영해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취업자 수 증감(전년동기 대비) 전망치도 올해 18만명에서 9만명, 내년은 24만명에서 16만명으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경우 올해 전망치는 1.6%로 유지됐지만 내년은 1.9%에서 1.7%로 조정됐다.

앞서 이날 오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선 기준금리가 현행 연 1.50%로 동결됐다. 지난해 11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11개월째 동결이다. 금통위는 그러나 11월 말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 회의에선 금리를 올릴 뜻을 명확히 했다. 회의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국내 경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소비자물가 기준 2%)에 근접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 성명에 계속 포함돼온 ‘(금리 인상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란 문구에서 ‘신중히’가 이번 성명에 빠진 이유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을 통한) 금융안정을 중시해야 할 상황이 보다 가까워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직전 금리 결정 회의인 7, 8월엔 1명(이일형)이었던 소수의견(금리 인상)도 2명(이일형 고승범)으로 늘었다.

한국은행의 올해와 내년 경제지표 전망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한국은행의 올해와 내년 경제지표 전망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러나 시장에선 한은이 이미 금리 인상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다. △견실한 성장세 △물가 상승 추세 △금융불균형 확대(가계부채 급증) △통화정책 여력 확보 등 한은이 제시해온 금리 인상 필요 여건에 비춰볼 때 이미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머뭇대는 사이 투자ㆍ고용 부진은 갈수록 심화됐다. 가계부채는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에도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내년 경기 전망은 더욱 비관적이어서 한은이 올해 이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여지는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유 있을 때 금리를 올려 경기 하강기를 대비하겠다던 한은의 논리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경기가 2분기 이미 하강 기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한은이 경기 지표가 그나마 괜찮았던 여름엔 금리를 올렸어야 했다”며 “지금도 부동산 버블, 대미 금리차 확대 등 금리 인상 명분은 남아 있지만 경기 하락세를 감안하면 한은이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0.2%포인트나 낮아진 성장률 전망, 회복 조짐이 약한 고용ㆍ투자 지표로 볼 때 11월이라고 해서 상황이 좋아질지 의문”이라며 “한은이 금리를 올릴 여건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중 무역분쟁 등 예측하기 쉽지 않은 대외 변수들로 인해 한은이 금리 인상 적기를 잡기 어려웠다는 옹호론도 없잖다. 그러나 한은의 경기 전망이 번번이 엇나가며 한은 스스로 금리 인상 실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부실한 전망에 기반해 금리 인상 당위론을 펴다 예측이 빗나가면 또 다른 불확실한 근거로 대체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4월 경제전망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ㆍTHAAD) 배치 갈등으로 급감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회복될 것이라며 하반기 내수와 고용 개선을 점친 것은 대표적인 오판이다. 연말쯤엔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라던 예측 또한 저물가 추세가 이어지며 크게 빗나갔다. 농산물, 석유 등 가격 등락폭이 심한 물품을 제외하고 집계해 비교적 예측이 쉬운 근원물가 상승률조차 하반기 들어 전망치(1.6%)와 동떨어진 1.0% 수준을 맴돌면서 한은의 전망 능력엔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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