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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메운 7만명 “택시 이미 포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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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광장 메운 7만명 “택시 이미 포화 상태”

입력
2018.10.18 18:07
수정
2018.10.18 21:4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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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전국 택시산업 종사자들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 물러서면 낭떠러지다.”

택시 기사들이 단단히 뿔났다.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엔 7만명(주최 측 추산)이 업을 제쳐두고 ‘사생결단’을 외치며 운집했다. 이날 전국 택시기사 27만여명 중 3분의 1 이상인 10만명이 파업에 돌입, 이 가운데 7만명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집회 주최 측의 예상(3만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틀 전 ‘카카오T카풀’에서 활동할 크루(운전사)를 사전 모집한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최후통첩’에 대한 실력행사다. 택시 기사들의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는 방증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전국 택시조합으로 꾸려진 ‘불법 카풀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시까지 광화문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7만여명이 광장을 가득 메우면서, 택시 기사 단일 집회로는 택시의 대중교통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2만명이 모인 2012년 6월 집회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택시업계는 카카오가 올 2월 카풀 스타트업(신생벤처)인 ‘럭시’를 인수한 이후 승차 공유와 관련된 공식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기업이) 공유경제 운운하며 스타트업인 것처럼 포장해 자가용의 택시 영업을 조장, 기존 택시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러면서 △‘출퇴근 시간’ 자의적 해석으로 입법 취지 위배 △자가용 불법 유상 운송 행위 해당 △보험 처리가 안되고 범죄에 취약해 시민 안전 위협 초래 △택시운수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를 들어 24시간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가 4차 산업혁명과 혁신 성장이라는 미명 하에 택시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1ㆍ2ㆍ3차 산업 종사자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호소했다. 개인택시 기사 양문석(64)씨는 “택시를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카풀을 주장하는데,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면 택시는 이미 포화상태”라고 했다. 삼이택시 소속 택시 기사 정형택(60)씨는 “영업용 택시는 사납금 채우기 바쁘고, 개인택시 기사들도 겨우 최저생계비만 맞추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박복규 전국택시연합회장은 “하루 10시간씩 일하며 명절에도, 대중교통이 모두 끊긴 시간에도 시민의 발이 되어왔는데 돌아오는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가면을 쓰고 나타난 카카오를 박살내자”고 외쳤다.

그러나 일부 시민은 택시의 승차 거부 행태나 불친절 등을 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신민경(28)씨는 “광화문에서 승차 거부를 워낙 당해왔던 데다, 택시기사들이 선호 지역만 가려는 경향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 변화는 자연스러운 요구”라고 밝혔다.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직장인 이화정(35)씨는 “우리나라는 택시를 대중교통처럼 이용할 정도로 택시요금이 싼 것도 사실이라 기사나 시민 모두 힘들지 않도록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이날 집회와 함께 오전 4시부터 24시간 파업을 예고해 시민 불편이 우려됐으나 경기ㆍ인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출ㆍ퇴근길 교통대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파업 참여를 자율에 맡긴데다 생계 등의 이유로 오전 영업 이후에 집회에 참가하는 택시 기사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전국 지자체 택시 운행현황과 관련해 “서울의 택시운행률은 평소의 80~90%, 경기ㆍ인천 지역은 오전 50~60%에서 오후 60~70%로 다소 올랐다”고 밝혔다. 광주ㆍ전남, 대구ㆍ경북지역에서 상경해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각각 520여명, 760여명 수준이어서 지방에서도 택시 이용에 큰 불편은 없었다.

업계는 택시업계와 카카오의 한판 승부를 두고 신구 산업의 불가피한 갈등으로 보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는 “불과 4~5년 전 미국 차량공유업체인 ‘우버’ 도입에 미심쩍어 하던 여론도 해외에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달라졌다”며 “단순히 카풀 도입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택시업계도 서비스 연구를 통해 신산업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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