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유엔, 47년 전 장제스 추방… 외톨이 대만이 기댈 언덕은 미국뿐

입력
2018.10.21 15:37
수정
2018.10.21 18:45
16면
0 0
시진핑 주석과 아프리카 53개국 정상이 지난달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에스와티 정상만 회의에 불참했다.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과 아프리카 53개국 정상이 지난달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대만과 수교를 유지하고 있는 에스와티 정상만 회의에 불참했다.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중화인민공화국 대표가 유엔에서 오로지 합법적으로 중국을 대표한다. 유엔을 불법 점거하고 있는 장제스 대표는 당장 추방한다.”

1971년 10월 25일 채택한 유엔 총회 결의 2758호의 내용이다. 1945년 유엔 창설에 참여해 버젓이 행세하던 대만은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절감하며 졸지에 회원국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모두 빼앗겼다. 찬성 76표, 반대 35표, 기권 17표로 한때 우방이나 동맹이던 국가의 절반 이상이 대만에 등을 돌렸다.

47년 전 대만을 유엔에서 몰아낸 ‘하나의 중국’ 원칙이 또다시 대만을 옥죄고 있다. 현재 대만 수교국은 17개국에 불과하다. 세계 23위인 국내총생산(GDPㆍ구매력 기준) 규모와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유엔 회원국 당시 70여개국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옹색하게 쪼그라들었다. 특히 대중 강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최근 2년간 무려 5개국이 외교관계를 끊고 중국과 손을 잡았다. 남은 17개국 가운데 지난달 유엔 총회에서 고작 11개국만이 대만의 유엔 가입을 지지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돈과 힘을 앞세운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머지않아 대만이 수교국 하나 없는 국제사회의 외톨이가 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마지막 기댈 언덕은 미국뿐이다. 신 냉전으로 치닫는 미중 대립이 격해질수록 대만은 그나마 숨통을 틔울 수 있다. 차이 총통이 8월 보란 듯이 미국을 방문해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에 미 정부는 지난달 전투기, 잠수함 등 최신 무기 판매를 최초로 승인하며 공조를 과시했다. 미 해병대를 대만에 배치해 대사관 격인 미국협회 경비를 맡기려던 시도는 끝내 틀어졌지만, 대신 총대를 멘 의회가 “앞으로 대만과 단교하는 국가는 미국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미 태평양 함대는 화약고나 다름없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내달 대규모 군사훈련을 예고하며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아킬레스건을 건드릴 참이다.

미국은 줄곧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만을 감싸고돌자 중국도 응수에 나섰다. 아프리카와 동남아, 중동에서 일대일로 구상에 속도를 내며 대만이 발붙일 공간을 아예 없애는 한편, 교황청과 국교 수립을 추진하며 대만과의 단교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인프라 구축 등을 미끼로 홍콩, 마카오를 편입하는 데 속도를 내는 것도 대만은 상당한 부담이다. 이에 대만은 눈높이를 낮춰 유엔 대신 산하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가입으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딱히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