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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실종 사건, 트럼프의 ‘물밑 거래’ 방식으로 정리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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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끄지 실종 사건, 트럼프의 ‘물밑 거래’ 방식으로 정리되나

입력
2018.10.17 17:20
수정
2018.10.17 21:2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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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 논의를 위해 16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면담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 논의를 위해 16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미 국무장관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면담하고 있다. 리야드=로이터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의 피살 의혹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배후로 의심받는 사우디 왕실을 감싸는 발언을 또다시 내놓았다. 사건 발생 이후 줄곧 ‘모르쇠’로 일관해 온 사우디 정부를 향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는 트럼프 대통령 요청에 따라 지난 8월 지원키로 약속한 ‘시리아 안정화 자금’ 1억달러를 이날 미국에 건넸다. 지난 2주간 전 세계를 들끓게 한 카슈끄지 실종 사건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물밑 거래’ 방식으로 철저한 진상 규명 없이 봉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가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카슈끄지 사건을 브렛 캐버노 미 대법관 인준 과정에서 불거진 성폭행 미수 의혹에 비유했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밝히는 게 먼저”라며 “이번 일도 ‘무죄 입증 전까지 당신은 유죄’라는 식으로 전개되는데 나는 그런 게 싫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처음부터 캐버노가 무죄라는 걸 알았다”고도 했다. 지난 2일 터키 내 사우디 영사관에서 발생한 카슈끄지 실종 사건의 실체는 ‘사우디 왕실 지시에 따른 살해’라는 의혹을 비판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감싸기’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잇따라 통화한 뒤 “그들은 정말 몰랐을 수 있다. 어쩌면 (범인은) ‘불한당 살인자(rogue killers)’일 수 있다”고 했다. 사우디 정부 측이 “카슈끄지 심문 중 발생한 ‘우발적 살인’이라는, 왕실 보호를 위한 ‘꼬리 자르기’ 보고서를 준비 중”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에 부합하는 발언이었다.

게다가 사우디가 이날 미국 정부 계좌에 1억달러를 입금한 사실도 이쯤에서 사건을 매듭 짓자는 ‘비밀 합의’ 가능성을 높여 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8월 자금 지원이 약속되긴 했으나, 16일 갑자기 미국 계좌에 꽂히기 전까지는 실제 전달 여부가 불확실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1억달러 전달)의 시기는 우연이 아니다”라는 한 미국 관리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NYT가 “카슈끄지 암살 용의자 15명에 살만 왕세자의 경호원, 왕실 근위대원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하는 등 사우디 왕실의 연루 흔적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터키 현지 매체는 카슈끄지 살해 순간이 담긴 오디오를 처음으로 직접 확인했다면서 “카슈끄지는 손가락 절단 고문 후에 참수됐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카슈끄지의 사체는 2주 전 이스탄불 내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뒤 토막이 나 처리됐다는 터키 당국의 비공식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들이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투명한 조사와 철저한 책임 추궁을 촉구하는 등 국제사회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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