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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이 이스라엘 12부족 중 하나?... “사이비 역사는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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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이 이스라엘 12부족 중 하나?... “사이비 역사는 가까이에 있다”

입력
2018.10.17 17:18
수정
2018.10.17 19: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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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항녕 교수는 전국역사학대회 발표문을 통해 사이비 역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오항녕 교수는 전국역사학대회 발표문을 통해 사이비 역사는 멀리 있는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에스더 주최 강연에 자주 등장하는 논리 가운데 한민족을 이스라엘 12부족 중 하나인 ‘단’ 부족 계보로 보는 ‘한민족 선민론’이 있다. (중략) 이들은 북한 사역을 중시하는데 북한 민족 역시 선택받은 민족이므로 김씨 지배체제로부터 구원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19~20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발표될 오항녕 전주대 교수의 논문 ‘사이비 역사학의 평범함에 대하여’ 중 일부다.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함(banality)’에서 빌려온 논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가짜 뉴스 진앙지라는 보도로 주목 받은 ‘에스더기도운동’(에스더)이란 우리가 짐작조차 못했던 충격적인 존재가 아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 같은 주장이, 반공주의와 종교적 선민론과 결합하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줬을 뿐이다. 오 교수는 사실보다 해석을 앞세우고, ‘국사’와 ‘근대’를 긍정하는 기존 역사학의 문제점이 해소돼야 풀릴 문제라고 주장했다.

역사학계 최대 행사인 전국역사학대회는 올해 공동주제를 ‘역사 소비 시대, 대중과 역사학’으로 잡았다. 역사는 매력적인 스토리 창고다. 소설, 드라마, 영화는 물론, 설민석 같은 학원강사, ‘무한도전’과 ‘1박2일’ 같은 예능 프로그램도 거리낌 없이 역사를 가져다 써서 돈을 번다. 대중은 이를 통해 역사를 배운다. ‘대중역사’의 등장이다. 대중역사는 상업성이 중요하다. 그렇다 보니 거부감이 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콤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만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반면 학계는 연구 성과를 축적해갈수록 이런 관점에서 점점 멀어진다. 그 결과 전문가들은 대중이 좋아하는 달콤한 얘기들을 거부하거나 망설이게 되고, 대중역사에 익숙한 이들은 마침내 기존 학계를 ‘식민사학’ 아니면 ‘종북좌파사학’이라 손가락질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상고사 논란이니, 역사교과서 국정화 사태니 하는 것이 그 결과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는 그 대안으로 ‘대중역사에서 시민역사로’를 제시한다. 전문성만 좇았던 학계, “대중의 기호라는 수요를 좇아 상품을 공급하는 시장 논리”에만 따랐던 대중역사 양측이 접점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미 시작한 곳도 있다. 젊은 역사학자들의 모임 ‘만인만색 연구자 네트워크’, 한국역사연구회가 출범시킨 대중화연구사업단 ‘역사공장’, 역사전공자들이 개인구술사ㆍ기업사ㆍ마을사 등 작성을 지원하는 ‘역사디자인연구소’ 등이 그 사례다. 김 교수는 “아직은 역사학이 대중을 만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그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역사학과 대중역사의 쟁투는 오히려 역사로부터 대중을 멀게 만들 뿐인 만큼 역사를 함께 나누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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