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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딜레마'... 시장은 이미 '인상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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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딜레마'... 시장은 이미 '인상 모드'

입력
2018.10.17 18:46
수정
2018.10.17 18:5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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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1년 가까이 묶어둔 금리를 올리려 갖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실물경기 여건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앙은행인 한은은 장고(長考)를 거듭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는 등 한발 앞서 움직이고 있다.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 18%→33%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18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현행 연 1.50%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고, 오후엔 주요 경제지표 전망치를 수정 발표한다. 올해 기준금리 결정 회의가 이달과 다음달(30일) 두 차례 남은 상황에서 시장에선 금통위의 연내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그간 대세를 이뤘던 11월 인상론이 약화되고 이달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약진하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가 전날 발표한 채권시장 전문가 100명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친 응답자는 직전 조사(9월ㆍ82명)보다 감소(65명)한 반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는 응답자는 18명에서 33명으로 늘었다.

이러한 변화는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가 최근 한층 강한 어조로 기준금리를 올릴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4일 경영ㆍ금융계 인사들과 가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10년을 내다보면서 금융불균형을 점진적으로 해소해 거시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선 이번 경제전망 수정 때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겠지만 금리 결정 과정에선 이에 구애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시장 일각에선 이달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관측을 겨냥한 작심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금리인상 실기 위기 내몰린 한은

이 총재의 강성 발언으로 연내 금리 인상은 가시화됐지만 인상 시기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오히려 가중된 모양새다. 한은이 이달 금리를 올려도 무리가 없을 만큼 명분을 다져왔다는 관측 한편으로 성장 투자 고용 등 주요 지표가 대거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은이 경기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금리 인상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맞서고 있다.

특히 한은이 18일 올해 성장률(현행 2.9%), 물가상승률(1.6%), 취업자 수 증가(18만명) 전망치를 모두 낮출 것이 확실시되는 터라, 한은이 스스로 경기 악화를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상을 강행하는 무리수를 두긴 어렵다는 예상이 적잖다. 한은 고위관계자도 “기준금리 결정과 수정 경제전망 발표는 한날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 금통위가 금리를 올린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되 소수의견을 내는 위원 수를 늘리는 식으로 11월 인상 신호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다음달이라고 해서 지금보다 나은 금리 인상 여건이 조성되리라 장담할 순 없다. 투자와 고용은 단기간 내 지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그나마 호조를 보이는 수출도 주력품목인 반도체 시장의 불안 신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불안 등 국내 시장을 대번에 흔들 수 있는 예측 불허의 대외 악재들도 상존하고 있다. 한은이 연내 금리 인상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비등한 내년엔 금리를 올리기 더 힘들어진다.

기준금리와 가계대출 금리 송정근 기자
기준금리와 가계대출 금리 송정근 기자

◇한은보다 먼저 움직이는 시장

기준금리 앞에서 머뭇대는 한은을 뒤로 하고 시장은 이미 금리 상승기에 적응하고 있다. 한은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계속 동결됐지만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잔액 기준) 금리는 지난해 11월 연 3.02%에서 올해 8월 3.21%로 꾸준히 올랐다. 은행이 대출 자금 조달에 활용하는 금융채 금리 또한 같은 기간 연 1.86%에서 2.04%로 상승했다. 국내 시중금리가 한은의 붙박이 기준금리 대신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주도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미국 금리에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중금리 상승 움직임에 따라 대출자들도 고정금리로 갈아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신규취급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6년 7월 57.8%를 정점으로 올해 5월 22.2%까지 하락세를 보이다가 6월부터 상승 반전해 8월 27.4%로 올라 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는 동안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변동금리로 받는 것이 대세였지만 최근엔 고정금리 대출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은행에선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금리가 최초 5년간 금리가 고정되는 혼합형 상품의 금리를 웃도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 상품엔 불확실한 미래 금리 변동에 대한 위험(리스크)을 금융회사가 떠안는 조건으로 대출금리에 0.5~1%포인트가량 금리가 더해지는 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진 이유는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은행권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의 영향을 받는데, (시중금리 상승으로) 자본조달 비용이 오르면서 코픽스 연동 변동금리가 동반 상승해 고정금리와 격차가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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