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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교체도 못해요” 화장실 눈치보는 판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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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교체도 못해요” 화장실 눈치보는 판매직

입력
2018.10.17 18:30
수정
2018.10.17 18:5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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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고객용(화장실)은 이용할 수가 없어요. 이용하다 걸리면 난리가 나죠. 백화점 관리자한테. ‘왜 고객용 시설을 이용하냐’면서. 고객들한테 컴플레인(항의)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요.”(17년차 백화점 노동자 H씨)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일하는 판매직 여성 근로자들이 화려한 겉모습 뒤편에 감춰진 열악한 근로 여건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최로 17일 국회에서 열린 ‘백화점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근무환경 및 건강실태 연구결과 발표와 현장노동자 증언대회’에서다.

조사는 서비스연맹 의뢰를 받아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가 올 1~10월 판매직 근로자 2,806명(백화점 1,990명ㆍ면세점 816명)을 상대로 실시했다. 조사 대상의 96.5%(2,708명)가 여성이었다.

응답자의 77.4%는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이용하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받아 봤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직원용 화장실이 충분한 것도 아니다. 응답자 59.8%는 ‘지난 1주일간 근무 중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절반 가까이(42.2%)는 ‘지난 1주일 동안 근무 중 화장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봐 목이 마른 데도 물을 안 마신 경험이 있다’고 했다. 화장실을 가는 걸 참다가 방광염으로 이어진 근로자(20.6%)가 5명 중 1명 꼴이었다. 20~49세 여성 근로자 전체의 방광염 발병률(6.5%)보다 세 배 이상 높다.

화장실 규제로 생리대 교체를 제 때 하지 못할 때도 있다. ‘지난 6개월간 생리대 교체를 못한 경험이 있다’(39.9%) ‘지난 6개월간 생리대 교체를 하지 못해 피부 질환, 염증 등이 생긴 경험이 있다’(17.2%) 등의 답변이 많았다.

‘앉을 권리’ 역시 요원했다. 판매직 근로자의 27.5%는 ‘매장 내 의자가 없다’고 답했고, 37.4%는 ‘의자가 있지만 업무가 없을 때도 원해도 앉을 수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하지정맥류 또는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은 적 있다고 응답한 근로자 비율이 각각 15.3%, 7.9%에 이른 것도 이 때문이다. 20~49세 여성 근로자의 평균 발병 비율인 0.6%(하지정맥류), 0.5%(족저근막염)보다 수십 배나 높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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