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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독신 증가에, 작게 직접 결혼에 폭탄 맞은 예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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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독신 증가에, 작게 직접 결혼에 폭탄 맞은 예식장

입력
2018.10.20 04:4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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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 대신 휴양림, 공항, 미술관 등 이색 장소에서 결혼하려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한국웨딩플래너협회 제공
예식장 대신 휴양림, 공항, 미술관 등 이색 장소에서 결혼하려는 예비부부가 늘고 있다. 한국웨딩플래너협회 제공

직장인 김다혜(30)씨 부부는 지난해 루프탑(옥상) 테라스가 있는 레스토랑에 가까운 지인 50명을 초대해 결혼식을 치렀다. 사진은 취미가 촬영인 친구에게 부탁했고, 주례사는 부부가 틈틈이 찍어둔 영상을 하객들과 함께 보는 것으로 갈음했다. 총 비용은 레스토랑 대관료를 포함해 300만원 남짓. 김씨는 “축의금 내고 밥만 먹고 가는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았다”며 “나뿐 아니라 결혼식은 ‘어때야 한다’는 고정관념 자체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식 관련 업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독신 비혼(非婚) 등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에, 그나마 치르는 결혼식조차 휴양림 레스토랑 등 새로운 곳에서 작게(Small), 직접(self) 하는 추세다. 친척과 지인을 대거 불러 세를 과시하던 대형 예식장이 외면 당하면서 연관 업계도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예식장 등 관련 업계의 부진은 수치상으로 극명히 드러난다. 혼인 감소 추세(2015년 30만2,800쌍→2016년 28만1,655쌍)가 이어지면서 지난 한 해 탄생한 부부는 26만4,455쌍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장사할 대상이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국세청 사업자현황에 따르면, 예식장 결혼상담소 등 결혼 관련 업종은 6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4.9%, 4.1% 감소했다.

실제 서울 마포구 아현동 ‘웨딩 타운’과 함께 대표 결혼상권으로 불리던 서교동 ‘예식 타운’은 이름이 무색할 만큼 상권이 죽어 있다. 대형 예식장들이 속속 문을 닫거나 다른 사업장으로 변경을 꾀하는 중이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던 ‘청기와 예식장’은 2016년 ‘아만티호텔’로 재건축됐고, 올해 초 화재가 발생했던 ‘오페르타 예식장’은 철거와 함께 복합 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경남 예식장’은 현재 주택홍보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유앤아이 예식장’은 폐업 후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서울 강남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최근 1년간 강남구의 예식서비스업체 31.9%가 문을 닫았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방은 더 심각하다. 예식업계에 따르면, 1,000여개에 달했던 전국 예식장 수는 지난 2년간 25% 감소한 780개까지 줄었다. 충북 청주시나 전북 전주시 등 인구 100만명 이하 중소도시는 예식장이 절반 이상 사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결혼식 자체를 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막상 하더라도, 아는 사람 결혼식엔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는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예전에 비해 하객마저 급감해 수지 타산을 못 맞춘다는 게 예식장들의 하소연이다. 하객 수가 줄면 당연히 식사 판매량이 줄어드니 예식장 매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예비 부부가 예식장을 직접 찾아 와 예약하던 과거와 달리 ‘온라인 컨설팅’ 시스템이 활성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온라인 컨설팅업체를 통해 예약하면 예식장 측에서 컨설팅업체에 하객 한 명당 평균 3,000원 정도 수수료를 떼 줘야 한다”(예식장 관계자)는 것이다.

김선진 한국예식업중앙회 사무국장은 “결혼 인구 감소와 결혼 기피 현상도 큰 부담인데, 결혼식 자체를 대하는 태도마저 달라져 예상컨대 5년 안에 예식장의 50% 이상이 폐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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