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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도 복마전… 보육교사 72% “급식 비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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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도 복마전… 보육교사 72% “급식 비리 봤다”

입력
2018.10.17 18:00
수정
2018.10.17 23:3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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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홍인기 기자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홍인기 기자

“원장이 집안 제삿날이라고 급식비로 문어와 술을 샀다.”

“두부 2모로 50명분 국을 끓이는 것을 목격했다.”

“아이들에게 줄 것도 부족해 교사들은 굶고 항상 배고프다.”

보육교사들이 제보한 어린이집의 비리 실태는 심각했다. 급식 비리는 전국에 만연해 있었고, 물품 구입 시 리베이트를 받는 일도 흔했다. 사립유치원 비리 공개 후 어린이집의 비리를 시정해 달라는 민원도 잇따르자 정부도 부랴부랴 연말까지 비리 의심 정황이 있는 어린이집 2,000곳을 추려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 1·2지부와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교사들로부터 직접 제보 받은 비리 사례를 고발하고, 법ㆍ제도 개선과 사회서비스원 설립 등을 통해 민간에 맡긴 보육을 공공부문이 가져와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현직 보육교사 22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71.9%(164명)가 급식 비리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식자재를 구입해 절반은 집으로 가져가는 원장, 어린이집용 김장을 해서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원장, 생일 잔치에 사용할 케이크를 학부모가 구입하게 하고 실제로는 어린이집이 구입한 것처럼 회계 처리하는 원장도 있었다.

교구 구입 비리는 실제 가격과 달리 비싼 가격으로 구입한 뒤 차액을 리베이트로 받는 수법이 일반적이었다. 스탬프 찍는 교구세트를 무려 100만원에 구입한 사례도 있었고, 이미 사용중인 교구를 사진만 다시 찍어서 새로 구매했다며 회계 처리하거나 장난감을 재활용 쓰레기통에서 주워 와 사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교사에게 “리베이트 잘 하는 곳으로 계약했다”고 직접 말하는 원장도 있었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들 단체는 어린이집 원장들의 단체행동 때문에 여러 차례 비리를 근절하려는 입법 시도가 좌절됐고, 정부와 지자체마저 비리 척결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어린이집에 비리가 만연했다고 비판했다. 김호연 보육시설비리고발신고센터장은 “2013년 새누리당이 급식 비리만이라도 근절하고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어린이집에 대한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입법을 시도했으나, 어린이집 원장들이 ‘낙선운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견서를 내고 집단행동을 하자 결국 철회했다”면서, “국회와 정부가 이들의 눈치를 보는 동안 교사들은 원장들이 공유하는 블랙리스트에 올라갈 위험을 무릅쓰고 공익제보를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도 어린이집 점검에 나섰다. 복지부는 오는 22일부터 12월 14일까지 비리가 의심되는 곳 위주로 전국 어린이집 약 2,000곳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집중점검을 한다고 이날 밝혔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전수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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