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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성폭행범, 스리랑카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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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성폭행범, 스리랑카인 아니다”

입력
2018.10.17 18:19
수정
2018.10.17 18:4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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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증거사진 속 딸의 속옷 “크기와 형태 달랐다”

“부검의가 ‘체내 정액 검출됐다’고 했는데 부검서에는 정액검사 하지 않은 걸로”

“스리랑카 법정에서 범인 아니라고 증언할 수 있다”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공소시효란 없다”

1998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 피해자 아버지인 정현조씨가 진범으로 밝혀진 스리랑카인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1998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 사건 피해자 아버지인 정현조씨가 진범으로 밝혀진 스리랑카인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20년 전 대구에서 성폭행 당한 후 숨진 여대생의 아버지 정현조(70)씨는 “스리랑카인은 범인이 아니다”며 “스리랑카 법정에서 증언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딸이 숨진 지 꼭 20년 후인 17일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를 만나 “사건 주범인 스리랑카인 K(51)씨가 공소시효 완성을 4일 남겨 두고 현지법에 따라 기소됐다지만 모든 것이 소설”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진범이 아닌 스리랑카인을 기소하는 것은 당초 단순 교통사고라며 엉터리 초동수사를 한 경찰이 공식적으로 부실수사를 발뺌하는 것”이라며 분개했다.

정씨가 스리랑카인의 진범 여부를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찰이 2000년쯤 범행증거로 제시한 딸의 속옷 사진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이다. “경찰이 정액 양성반응이 나왔다며 사진으로 제시한 딸의 팬티와 거들 중 거들은 길이도 실제보다 길었고 형태도 달랐다”는 정씨는 “속옷을 같이 입는 동생도 그렇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당시 경찰 측에 증거물 확인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오래된 사건이라 당시 수사기록에 의존할 뿐 정씨의 주장을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씨가 경찰수사를 의심하는 이유는 이렇다. 1998년 10월17일 여대생인 딸(당시 18세)이 대구 구마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다 트럭에 치여 숨졌을 당시 경찰은 딸의 속옷이 벗겨져 있는 등 성범죄 정황이 뚜렷한데도 단순교통사고로 처리했다.

정씨는 “딸이 숨진 후 이틀 후인 19일 부검의가 ‘몸에서 정액이 조금 검출됐으니 국과수 조사결과가 나오면 수사가 시작될 거다’라고 했으나 아무 연락도 없었고 1년여 후에 받은 부검서에는 정액채취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당시 성범죄 수사에 착수했다면 여대생의 체내에서 범인의 DNA를 확보했겠지만 서류상 정액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나중에 속옷에만 의존하게 된 것이다.

스리랑카 검찰이 K씨에 대해 강간죄가 아닌 성추행죄를 적용한 것도 정액이 몸속이 아닌 속옷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당시 경찰 측에 속옷 감정도 요구했으나 훼손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로 감정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는 수십 차례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했고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2013년에야 K씨가 붙잡히게 됐다.

정씨는 당시 K씨를 만났지만 범인이라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K씨는 범행을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했고 딸의 사진을 보고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는 정씨는 “재판에 참석한 스리랑카 변호인도 형식적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진범은 따로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K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스리랑카로 귀국한 후에도 기소됐지만 전혀 엉뚱한 인물이 범인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20년간 하루도 맘 편히 지내지 못했다”는 정씨는 “진범은 마음을 놓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억울한 스리랑카인과 아빠의 공소시효는 끝나지 않았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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