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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우울증 증가… 계절 탄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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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우울증 증가… 계절 탄다는 말은 사실이에요”

입력
2018.10.1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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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 전문의 5인 팟캐스트 ‘뇌부자들’ 조회 500만회 돌파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운영하는 김지용(왼쪽) 오동훈 씨. 전공인 정신건강의학과를 택한 이유로 ‘다른 전공과 달리 진단과 치료방법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꼽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운영하는 김지용(왼쪽) 오동훈 씨. 전공인 정신건강의학과를 택한 이유로 ‘다른 전공과 달리 진단과 치료방법에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꼽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공황장애, 조현병, 해리성 인격장애, 사이코패스. 드라마, 뉴스 등을 통해 친숙해진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전문 용어들이다. 취업 준비생 3명 중 1명이 우울증을 앓는다는 연구(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가 있을 만큼 정신과 질환은 우리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마음 아픈’ 사람들이 정신병원 문을 두드리는 건 여전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기분부전장애(가벼운 우울증이 지속되는 증상)’를 가진 저자가 정신과 전문의와 12주간 대화를 엮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최근 주요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상당수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지만 쉽게 병원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작금의 현실을 반영한다.

팟캐스트 ‘뇌부자들’의 인기 비결이다. 10년 지기인 정신과 전문의 5인이 진행하는 이 방송은 진료 현장에서의 경험, 에피소드 등을 통해 정신질환에 대한 전문적 정보를 들려준다. 누적 조회수 500만이 훌쩍 넘는 인기에 힘입어 올 봄 팟캐스트 이름을 걸고 책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아르테)도 출간했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근처에서 만난 김지용(35), 오동훈(33) 의사는 “정신의학과에 대한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로 (팟캐스트를) 시작한 만큼 이제 유튜브 방송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만난 두 사람과 손정현(33)·윤희우(33)·허규형(34)씨는 비슷한 시기에 군의관으로 근무했고, 3년차에 들었을 때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자”데 의기투합해 지난해 3월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만들었다. 정신과 치료를 방치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환자들을 무수히 본 이들은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게 급선무’라는데 공감했다.

방송 2,3주만에 “하나 같이 아침 드라마급인”(김지용) 사연이 쏟아져 들어왔다. 김씨는 “병원에 오지 못하(지만 마음의 병을 앓)는 분들의 증상까지 들으면서 다양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하게 됐다. 같은 증상에 대해 의사 5명의 의견을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식견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방송 초반 5명이 돌아가며 청취자 사연에 일일이 답장을 썼지만 역부족일 정도로 사연이 ‘너무’ 많이 들어와 이제는 접수하지 않고 있다.

방송 인기 비결에 대해 오동훈 의사는 “우울증 같은 증상을 예전보다 말하기 편해진 사회 분위기, 전반적인 사회 불안이 더 커진 측면이 맞물린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년 전만해도 정신과 개인병원은 대로변이 아닌 후미진 곳에 열었거든요. 사무실 밀집한 여의도는 정신병원 불모지로 꼽혔는데 최근 몇 군데가 문을 열었고, 환자도 많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저희가 전공을 택한 2011년 무렵과 비교했을 때 정신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죠.”(김지용)

팟캐스트 '뇌부자들' 운영하는 김지용(오른쪽) 오동훈 의사. 신상순 선임기자
팟캐스트 '뇌부자들' 운영하는 김지용(오른쪽) 오동훈 의사. 신상순 선임기자

팟캐스트 청취자처럼 물었다. ‘가을 탄다’란 말처럼 계절성 정신질환이 실제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있다”고 단언했다. 요즘 같은 가을에는 우울증 환자가, 봄에는 조울증 환자가 증가한단다. 일시적인 ‘우울감’은 일반이 대부분 갖고 있지만, 이 우울감이 지속되는 ‘우울증’은 질환이고, 햇빛이 줄어드는 가을에 병원을 찾는 이도 많단다. 김 씨는 “겨울에만 우울증이 발병해 가을에 ‘선제적’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실제로 있다. 생물학적으로 신경전달물질의 영향도 있고, 외부 활동이 줄면서 위축되고 기분이 가라앉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초기 우울증상 중 하나가 수면 패턴의 변화예요. 수면이 줄거나, 오히려 느는데,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이나 수면이 늘어납니다.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쉽게 예민해지고 짜증나고 피곤해지는 것도 우울증의 초기 증상입니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기분상태를 확인해보고 병원을 찾는 게 좋습니다.”(오동훈)

그래도 정신과 문턱이 여전히 높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결코 각오한 것보다 진료비가 높지 않다’는 것. 2016년도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13.4%가 ‘치료비가 얼마나 들까 걱정되었다’고 답했다. 김씨는 “병원을 찾은 환자 중 많은 분이 진료비를 보고 놀란다. 검사 종류, 내담 방식 등에 따라 다르지만 웬만한 질환은 급여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 7월 시행된 정신요법 건강보험 수가개편 및 본인부담 완화정책의 핵심은 정신과 상담 수가 인상으로, 진료비 부담이 최대 40%까지 낮아졌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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