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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0권 중 6~7권을 우리 손을 거쳤죠" 10년차 대필작가 임재균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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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10권 중 6~7권을 우리 손을 거쳤죠" 10년차 대필작가 임재균씨 (인터뷰)

입력
2018.10.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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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너] 대필작가 임재균

‘고스트 라이터’(Ghost Writer), 우리에겐 ‘대필작가’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최근에는 드라마,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직업군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어두운 곳에서 비밀리에 자신을 감추고 글을 대신 써주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했고, 유명세를 떨치는 이들이 많음에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에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나선 이가 있다. 대필 작가라는 직업의 인식 개선과 대필 작가들의 권익을 위해 나선 임재균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0년차 대필 작가인 임작가는 지금까지 약 60여권에 달하는 작품을 대신 저술했다. 현재는 '한국대필작가협회'를 설립해, 미국이나 일본처럼 대필작가가 하나의 전문직으로 인정받도록 하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필작가 임재균[저작권 한국일보]
대필작가 임재균[저작권 한국일보]

Q.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봤지만 실제 대필작가가 어떤 직업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대필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대필작가를 외국에서는 유령작가(Ghost Writer)라고 하죠. 글을 쓰긴 하지만 마치 유령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붙은 이름입니다. 대필작가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글로 쓰고 싶은 고객을 위해 그들을 대신해 글을 써주는 직업입니다. 아예 없는 것을 처음부터 만드는 작업이라기보단 기존에 있던 이야기를 조금 더 보기 좋고 유려한 글로 풀어주는 작업이죠. 한마디로 대필작가는 글은 쓰고 싶지만 글을 잘 못 쓰는 분들을 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대필 작업은 주로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요?

대필작업은 작가가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니에요. 의뢰인이 글을 의뢰하면 그들이 이야기해주는 것과 보내준 다양한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정리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의뢰한 사람과 5~6번의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공동 작업을 하는 것이죠. 의뢰자의 깊은 생각들을 일반인들이 보기 쉽게 풀어 쓰는 작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대필작가 임재균 [저작권 한국일보]
대필작가 임재균 [저작권 한국일보]

Q. 대필 작업이 시중에서 많이 이뤄지나요?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대필 시장은 굉장히 큰 시장이예요. 저는 시중에 출판되는 책 10권 중 6~7권은 대필 작업을 거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기계발서 같은 종류의 책들은 대필작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서는 태어나지 못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대기업의 회장들, 연예인, 정치인 심지어는 대통령까지도 대필작가를 고용해서 책을 만들기 때문에 대필은 출판 시장에서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서 대필작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어떤가요?

10년 전 한국에서 대필작가라고 소개하면 범죄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사람들의 인식에는 ‘음지에 숨어서 뭐 하는 거지?’ 이렇게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영화나 드라마 덕분에 대필작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있어요. 외국의 경우 대필작가가 전문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경우가 많죠. 트럼프 대통령의 대필작가 토니 슈워츠나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작가 존 파브로 등은 유명하죠. 일본에서도 대필작가를 전문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데 유독 한국에서는 대필작가를 쉬쉬하는 분위기죠.

[저작권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Q. 대필을 해선 안되는 영역이 있나요?

대필해서는 안 되는 영역과 대필을 해도 되는 영역. 이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법률인 것 같아요. 특히 법률과 관련된 문서 대필은 분명한 위법행위죠. 그밖에 논문을 대필한다던지, 공모전에 제출할 작품을 대필한다던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서를 써달라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 것들은 거절하고 있습니다.

Q. ‘대필? 그냥 받아쓰기 아니야?’라는 편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디어에서 보면 대필은 굉장히 쉬운 작업처럼 보여요. 대필작가라는 소재가 굉장히 멋있게도 나오고, 널널하게도 나오고 때로는 재밌게도 나옵니다. 하지만 대필작업은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에요. 대필은 책을 만드는 과정이고 글을 쓰는 과정이거든요. 자기 일기장에 쓰는 글이 아니라 대외적으로 널리 발표하는 글이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아야 하고 몰입도도 좋아야 합니다. 고객과 꾸준히 의사소통도 해야 하고 숨은 생각을 잘 찾아내야 하기도 하죠. 이런 점에서 복합적이고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일반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대필 작가에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Q. 대필작가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우리나라에선 제도권 안에 있는 직업이 아니다 보니 법적인 부분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굉장히 많습니다. 앞으로 법적인 근거를 마련해서 법의 테두리 안에 머무는 것이 가장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이 해소가 된다면 대필작가는 전문직으로는 손색 없는 멋진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대필작가 임재균[저작권 한국일보]
대필작가 임재균[저작권 한국일보]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박기백 인턴PD 2013ssh3y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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