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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내쫓는 멋대로 취업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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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내쫓는 멋대로 취업비자

입력
2018.10.17 04:40
수정
2018.10.18 23:3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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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인 유학생 아키오(25ㆍ가명)씨는 4월 외국인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취업(E-7)비자 발급이 불가하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4년제 대학 문과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따고 일본을 주요 판매처로 하는 국내 회사에 합격한 지 한 달만이다. 아키오씨는 “회사에서 행정사까지 고용해 제 서류를 준비해줄 만큼 공을 들였지만 허사였다”고 했다. “한 번 반려되면 다음에도 통과가 어렵다”는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설명에 좌절한 그는 결국 7월 중순 일본으로 돌아갔다.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현장과 동떨어진 데다가 들쭉날쭉한 기준 탓에 E-7비자를 받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고 있다. E-7비자는 법무부가 지정한 85개 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이 소지해야 하는 비자로, 대학 졸업 후 국내 기업에 취직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에 머물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대학 전공 관련 직무 취업자에게 발급되다가, 2015년 ‘국내 대학 졸업(예정) 학생에 한해 고용의 필요성 등이 인정되는 한에서’라고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나 ‘필요성’에 대한 해석이 실제 업무에 필요한 역량과 사뭇 다르다는 게 현장의 불만이다. 발급 요건이 자의적이라는 얘기다. 2015년 서울 소재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중국인 유학생 A(30)씨는 국내 병원의 외국인 상담직원으로 채용됐지만, 통역 관련 자격증이 없다는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 비자발급 등의 업무를 대행하는 행정사 정모씨는 “회사에서는 직무 능력을 인정해 채용을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자격을 거론하며 반려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중국으로 돌아간 A씨는 3개월 뒤 다시 단기 비자로 한국을 찾아와 겨우 E-7비자를 취득할 수 있었다.

발급 기준이 오락가락하기도 한다. 지난해 서울 4년제 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중국인 유학생 두 명이 동시에 같은 기업에 채용됐는데, 한 명은 바로 비자가 발급된 반면 나머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3개월이나 걸렸다. 한 비자발급대행 행정사는 “취업비자 발급 여부가 예측 불가능하니 유학을 앞둔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무분별하게 유학생을 유치해 놓고 졸업 이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유학생(D-2)비자로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은 8만6,504명인데 E-7비자로 등록된 외국인은 2만684명에 불과하다.

법무부는 내국인 고용시장 보호가 원칙이고 이미 상당히 완화한 기준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천차만별 기준에 대해선 “법원 판례가 그렇듯 사안마다 판단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취업한 회사의 내국인 고용비율 △내국인으로의 대체 불가 여부 등도 비자 발급 충족 요건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법무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광석 인하대 이민다문화정책학과 교수는 "인구절벽, 저출산 문제를 생각할 때 유학생을 유치하고 이들을 국내에 머무르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금보다 유연하면서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명수 부산대 공공정책학부 교수는 “고용시장에서 인력수요가 겹치지 않아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인 학생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오히려 국가 차원에서 취업연계 등을 통해 해외 우수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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