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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솜방망이 제재에 외국 증권사 '무차입 공매도' 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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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솜방망이 제재에 외국 증권사 '무차입 공매도' 판친다

입력
2018.10.16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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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 금융투자사 71곳 적발 

 69곳이 외국계 회사로 드러나 

5년간 무차입공매도 위반 내역. 김경진기자
5년간 무차입공매도 위반 내역. 김경진기자

불법 주식투자 방식인 ‘무차입 공매도’로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가 최근 5년간 71곳에 달하고, 이 가운데 69곳은 외국계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제도상 무차입 공매도는 사후 적발만 가능한 터라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불법 행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공매도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서도 강해 불법 공매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해온 당국의 주장이 무색한 상황이다.

15일 한국일보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 및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간 무차입 공매도로 당국의 제재를 받은 금융투자회사는 71곳으로 집계됐다. 무차입 공매도 위반 회사는 2014년 15곳, 15년 18곳, 16년 24곳으로 꾸준히 늘어나다가 지난해 13곳으로 줄었고 올해 들어서는 4곳이 제재를 받았다.

제재 대상 71곳 중 69곳은 외국에 본사를 둔 기관투자자였다. 미국이 27곳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13곳), 영국(11곳), 영국령 케이맨제도(3곳) 등의 순이었다. 당국 관계자는 “회사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계 연기금, 펀드, 기관투자자들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에 대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로 매도 주문을 내서 수익을 꾀하는 투자 방식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공매도 제도를 시행하는 선진국 대부분은 실제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한다.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주문을 내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실제 확보하지 않은 주식을 팔았다가 결제일에 주식을 채워 넣지 못하면 결제사고가 터질 수 있고, 기관투자자들에 의해 특정 종목 시세 조종에 악용될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공매도 제도의 역기능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공매도 호가 규제(업틱룰) 등 다른 나라에 견줘 강도 높은 규제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는 정작 무차입 공매도가 자행됐을 때 제도적 방비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당국은 증권사가 공매도 주문을 중개할 때 반드시 주문을 낸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주식을 빌렸는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기관이나 외국투자자들은 이 과정을 건너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처럼 검증이 허술하다 보니 결제일(3거래일 이후)까지 주식을 채워 넣으면 불법 공매도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더구나 주식을 빌리려면 매도금액의 40%를 증거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개인과 달리 기관은 증거금을 요구 받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외국계 기관은 얼마든지 무차입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가 주식을 빌릴 때 국내 기관(16%)보다는 외국 기관(84%)을 찾는 비율이 압도적인 점도 그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끼리끼리 불법 공매도를 저질렀을 개연성이 높다는 업계의 추정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무차입 공매도를 저지른 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는 상당히 낮다. 제재를 받은 71곳 중 45곳(63%)은 당국으로부터 ‘주의’만 받았고 과태료 처분을 받은 곳은 26곳에 그쳤다. 가장 높게 부과된 과태료 액수도 6,000만원(현행 법상 1억원이 최대)에 불과했다. 예컨대 471억원 규모의 공매도를 한 홍콩 회사에 부과된 과태료는 1,500만원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이들 26곳 중 7곳은 아예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 금융위는 해당 회사에 과태료 납부 통지서를 보낼 뿐 미납 과태료를 내라고 강제할 방법도 없다.

김병욱 의원은 “최근 드러난 무차입 공매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제재 수위 등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 당국이 증권사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을 유지한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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