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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사립유치원 설립자 결격 조항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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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사립유치원 설립자 결격 조항 만들어라

입력
2018.10.16 04:40
수정
2018.10.16 07: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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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 감사 인력 늘려 사각지대 없애라 

 ③ 누리과정 지원금, 보조금 전환하라 

 ④ 행정처분 때 유치원·원장 실명 밝혀라 

 ⑤ 학부모 경영 감시체계 강화하라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소재 환희유치원에 적막감에 흐르고 있다. 이 유치원은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비리유치원 명단에 포함돼 주목받았다. 뉴스1
15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반송동 소재 환희유치원에 적막감에 흐르고 있다. 이 유치원은 최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비리유치원 명단에 포함돼 주목받았다. 뉴스1

‘비리 복마전.’ 사립유치원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로 드러난 비리 행태는 학부모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주말 내내 ‘비리유치원 원장 자격을 박탈하라’는 등의 국민청원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15일 긴급 회의를 열고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반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육당국의 의지에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렇게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교육당국이 그동안 뒷짐을 져온 것은 결국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 섞인 원성을 터트린다. 만약 사회적 요구가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이번에도 제대로 된 쇄신책을 내놓지 않고 찔끔 생색내기 수준에 그친다면 역풍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들이 쏟아진다.

우선 곪은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각지대가 널려 있는 감사를 강화하는 것이 필수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는 누리과정이 전면 시행된 2013년 이후에야 처음 시작됐다. 경기 화성 환희유치원 원장의 ‘성인용품 구입’ 비리를 적발한 경기도교육청도 2016년에야 첫 감사에 착수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유치원 6,153곳 중 1번이라도 감사를 받은 곳은 2,058곳에 불과하지만 이중 1,878곳에서 비리가 적발됐다. 경기도교육청의 감사에 참여한 정인숙 시민감사관은 “감사로 인해 (사립유치원의) 2017년 회계는 2014년보다 투명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감사 자체로도 주의를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은 인원부족과 사립유치원의 반발로 인해 감사 착수가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감사 인력이 부족해 사립학교들을 감사하는데도 벅차 따로 계획을 하지 않는 이상 (사립유치원 감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감사과정에서 이재정 교육감과 감사담당자 등 3명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사립유치원과 분쟁을 겪기도 했다. 결국 지난 2일 ‘앞으로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는 하지 않겠다’고 꼬리를 내린 상황이다. 감사를 위한 인력 확충과 더불어 일부 사립유치원의 저항과 지역 영향력 등에 밀린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장혜경 중앙대 아동복지학과 강사는 “그동안 비리가 있어도 관심을 두고 감사하지 않은 것이 문제를 키웠다”며 “인력이 부족하다면 경기도 시민감사관 같은 제도를 통해서라도 감사를 지속하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감사를 통해 비위 사실이 드러나도 작은 처벌조차 하기 어려운 현재의 구조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당국이 설령 의지가 있다고 해도 마땅한 처벌 수단이 없어 쉽지 않은 탓이다. 정 시민감사관은 “교육청은 비리가 드러나면 설립자가 부정하게 집행한 금액을 유치원 교비회계로 채워 넣는 ‘보전조처’만 한다”며 “이는 ‘이쪽 주머니’에서 ‘저쪽 주머니’로 옮기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설립자를 겸하고 있는 원장의 ‘셀프징계’가 아닌 실질적 행정처분 근거를 법에 마련하고 학교급식법 적용대상에 유치원을 추가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어린이집과 똑같이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실명과 원장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아교육법을 개정해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 형식으로 바꿔 유용 시 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교육당국이 누리과정 명목으로 매달 사립유치원 원아 1명에 대해 지원하는 금액은 유아학비 22만원과 방과후과정비 7만원으로 총 29만원이다. 2018년 현재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원아가 50만3,628명이므로 사립유치원에만 약 1조4,000억원의 누리과정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하지만 ‘지원금’은 원장의 부정이 발견돼도 환수 및 처분이 불가능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원금이 보조금으로 바뀐다면 사립유치원 측은 더 이상 ‘지원금은 학부모에 대한 혜택’이라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립유치원 설립ㆍ운영자에 대한 인적 쇄신도 중요 과제다. 현재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상 교사 및 시설설비기준을 갖추면 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설립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사립학교법상 초ㆍ중ㆍ고등학교는 법인만이 설립할 수 있지만 유치원은 개인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교법인처럼 이사회의 견제 등 최소한의 운영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립유치원이 상당수인 것이다.

특히 감사를 통해 비리가 드러나거나 이를 이유로 법적 처분을 받더라도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은 물론 유아교육법에도 이들의 결격 사유를 정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자의 유치원 설립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유아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주도교육청 역시 지난해 교육부에 같은 내용의 법 개정을 제안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상당수 사립유치원에서는 설립자가 원장을 맡으면서 더 손쉽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며 “경영 결격사유 명문화와 함께 원장 겸직금지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인이 사립유치원 경영을 수시로 감시하고 참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고, 학부모에 대한 정보공개 및 경영참여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립유치원 한 곳당 연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5억원 안팎에 달하는 만큼 법인카드 사용 및 예결산 공개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국공립유치원에 적용되는 학교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등 공통된 국가회계시스템을 사립에 적용하는 것도 필수로 꼽힌다. 사립유치원 경영에 ‘소비자의 입김’을 더해 자정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치원 예결산 및 교육과정, 급식ㆍ보건등에 대한 자문기구인 운영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할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김동훈 유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공립처럼 사립도 운영위원회의 결정을 경영에 반영하고 회의록 작성 및 공개도 의무화하는 등 경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이라고 조언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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