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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 온라인예약 1분만에 마감... 디지털 소외 노인들 한숨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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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장 온라인예약 1분만에 마감... 디지털 소외 노인들 한숨만 커진다

입력
2018.10.16 04:40
수정
2018.10.16 08:3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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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직장에서 은퇴한 박경선(62)씨는 매일 아침마다 딸에게 테니스장 예약을 부탁한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테니스장 온라인 예약이 열리는 오전 9시에 맞춰 딸이 직장에서 짬을 내 대신 해주는 식이다. 경쟁이 워낙 치열한 탓에 1분도 안돼 마감되는데다, 설사 시스템에 접속해 예약 직전까지 가도 연거푸 뜨는 팝업 창에 당황하기 일쑤다. 박씨는 “직접 시도하면 예약은커녕 진만 빠지고 딸 눈치도 보이고 20년 넘는 동호회 활동을 접고 싶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테니스 배드민턴 배구 등 체육시설 대관이 온라인 예약시스템으로 완전 개편되면서 노인들이 스포츠 분야조차 디지털 소외를 호소하고 있다. △특정 동호회의 시설 독점 방지 △예약의 공정성과 형평성 확보 등 장점이 부각되던 온라인 예약은 한정된 시설을 두고 다투는 경쟁이 차차 가속화하면서 인터넷 사용이 미숙하고 손이 느린 노인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15일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시스템 현황에 따르면, 9월 중 서울시가 관리하는 8개 테니스장 대관 이용자의 45%는 40~59세, 43%는 40세 미만이다. 반면 60세 이상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1만 테니스인구 중 60대 이상이 30% 수준인 걸 감안해 비교하면, 테니스장 이용을 청년과 장년이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배드민턴 역시 60세 이상 시설 이용자 비율은 14%로 40~59세(77%)에 비해 초라하다.

이렇다 보니 세대 간 운동장 실랑이가 종종 벌어지기도 한다. 최근 테니스동호회 운영자 김모(65)씨는 일주일에 2, 3일만이라도 테니스코트를 함께 쓰자고 젊은 동호회 측에 부탁했다가 마음에 상처만 입었다. 김씨는 “100명이 넘는 회원들 성화에 못 이겨 아들뻘 되는 사람에게 재차 사정했지만 오히려 큰 소리만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해법으로 성기춘 한국테니스진흥협회 회장은 “당일 전화 예약이나 현장 신청 등이 가능하도록 열어둘 필요는 있다”고 했다.

노인들의 디지털 소외는 점점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조선자(58)씨는 서울 동작구 한 식당을 들어갔다가 밥도 못 먹을 뻔했다. 주문 받는 직원이 없어 한참 기다린 끝에 식당 입구에 있는 무인 주문기를 발견한 조씨는 사용법을 몰라 또 한참 기다린 끝에 다른 사람 도움으로 주문을 했다. 무인 점포 등도 현실이 돼가고 있다.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시외버스 등 교통편도 온라인 예약이 보편화하면서 특히 명절 때마다 노인들을 애먹이고 있다.

실제 올 2월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7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55세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인터넷 접근능력 등) 수준은 우리나라 국민 평균의 58.3%다. 디지털기기 활용 능력을 나타내는 ‘디지털 역량’ 수준은 그 비율이 41%에 불과하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송정근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송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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