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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 원장, 감사관에 “총 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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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 원장, 감사관에 “총 쏘고 싶다”

입력
2018.10.1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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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으로 운영비 절반 정도를 충당하고 있는 사립 유치원들이 원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해온 비리가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사립 유치원 원장들은 “‘사립’이기 때문에 감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 “시민감사관들은 전문성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다 못한 시민감사관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최순영 경기도교육청 대표 시민감사관(전 국회의원)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사립 유치원들의 운영실태를 비판했다. 최 감사관은 한 마디로 “공과 사가 구분이 안 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국가가 지원해줬으면 내 돈이다. 내 마음대로 쓰는 데 무슨 문제냐’라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원장도 있다”고 했다.

이미 알려진 개인차량 유지비, 아파트 관리비, 고가 수입품 구입비 등을 원비에서 지출한 사례 외에 페이퍼 컴퍼니를 통한 횡령 사례도 최 감사관은 공개했다. 원장 본인이나 남편, 형제 등 친인척이 대표로 있는 페이퍼 컴퍼니에서 각종 교구를 산 것으로 꾸며 돈을 빼갔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매입, 매출 자료는 물론 국세청에 설립 신고도 되지 않아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된다. 최 감사관은 “아무 증거도 없이 남편의 회사에서 물품을 산 것처럼 해서 3~4년간 19억원을 빼가고, 원장의 시누이가 운영하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13억원을 빼갔다”고 설명했다.

고가 수입 가방, 성인용품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원비 6억8,000여만원을 부정 사용한 경기 동탄의 H유치원 원장이 해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을 피해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타는 모습. MBC 뉴스데스크 캡쳐
고가 수입 가방, 성인용품 구입 등 개인적인 용도로 원비 6억8,000여만원을 부정 사용한 경기 동탄의 H유치원 원장이 해명을 요구하는 학부모들을 피해 대기하고 있던 구급차에 타는 모습. MBC 뉴스데스크 캡쳐

사립 유치원 측은 시민감사관의 전문성, 회계처리기준 상 이상 없는 부분에 대한 지적 등이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감사관은 “변호사, 노무사, 회계사, 교육 전문가 및 활동가 등 관련 전문가들로 시민감사관이 구성돼 있다”고 반박했다. 직원 회식비와 유류비까지 부적절한 지출로 문제 삼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녁 7시마다 막걸리, 맥주, 홍어회를 집 앞 마트에서 산 것, 유치원은 경기도에 있는데 제주, 강원도 같이 먼 곳에서 주유한 것 등은 부정사용이 명백하다고 맞섰다. 최 감사관은 “부정 사용으로 보이는 건 정리해서 유치원에 보내 해명을 듣고 수정하는 과정을 두세 차례 했다”고 덧붙였다.

시민감사관들이 유치원 감사에서 갑질을 일삼았다고 원장들은 지적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최 감사관은 지적했다. 감사를 위해 원장에게 관련 서류를 요청하면 무조건 없다고 하면서 버티고 문제가 되면 병원에 입원하는 통에 감사관들끼리는 “우리가 을이네”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원장이 감사관에게 ‘소리 없는 총이 있으면 정말 쏘고 싶다’고 말한 사례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교육부는 사립 유치원의 회계ㆍ인사 책무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지만 좀더 강한 대책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 감사관은 “전국 사립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운영실태 전수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어린이집을 같이 운영하는 유치원 중에는 어린이집 인건비를 유치원에서 지출하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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