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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엔 흰ㆍ노란색 물결… H.O.T와 젝키가 소환한 ‘응답하라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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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엔 흰ㆍ노란색 물결… H.O.T와 젝키가 소환한 ‘응답하라 1997’

입력
2018.10.14 17:00
수정
2018.10.14 19:03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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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ㆍ14일 두곳서 잇달아 공연 

1세대 아이돌그룹 H.O.T.가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히트곡 '캔디'를 부르고 있다. 이들의 공연은 2001년 해체 선언 후 17년 만이다. 솔트이노베이션 제공
1세대 아이돌그룹 H.O.T.가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히트곡 '캔디'를 부르고 있다. 이들의 공연은 2001년 해체 선언 후 17년 만이다. 솔트이노베이션 제공

#1. “단지 널 사랑해 이렇게 말했지~”.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 1세대 아이돌그룹 H.O.T.의 다섯 멤버인 강타, 문희준,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은 알록달록한 무지개 색 털옷을 맞춰 입고 히트곡인 ‘캔디’를 불렀다. 고등학생 때 데뷔해 지난해 아빠가 된 문희준은 무대에서 엉덩이를 통통 튀기며 ‘파워레이서춤’을 췄다. 추억에 빠진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함성을 쏟아냈다. 2001년 이곳에서 해체를 선언한 H.O.T.가 다시 모여 공연을 열기는 17년 만이다. H.O.T.는 1990년대 후반 활동할 때 입었던 무대 의상을 똑같이 새로 만들어 입고 무대에 올랐다. 평균 나이 마흔을 넘어선 불혹의 아이돌은 ‘전사의 후예’ 등을 부르며 격렬한 춤도 거뜬히 소화했다. 장우혁은 “제가 이 무대에 서 있는 것도, 이렇게 많은 분이 이 곳에 오신 것도 믿기지 않는다”며 벅차했다. 객석에선 울면서 공연을 보는 관객도 여럿 눈에 띄었다.

H.O.T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젝스키스가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H.O.T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젝스키스가 1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2. H.O.T. 공연장에서 불과 8㎞ 떨어진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 “오~ 러브 왜 이제서야~”. H.O.T.와 같은 시기 활동했던 젝스키스는 같은 날 팬들과 함께 팀의 대표곡 ‘커플’을 부르고 있었다. 김재덕은 데뷔곡인 ‘학원별곡’이 흐르자 무대에 등으로 넘어지는 ‘백다운춤’을 선보이며 전성기 시절 무대를 재연했다. 조명이 꺼진 공연장에서 앙코르를 외치던 관객들이 ‘커플’을 함께 부르며 노란(젝스키스 상징색)빛 응원봉으로 만든 ‘노란 물결’은 장관이었다.

17년 만의 H.O.T. 공연을 위해 흰색 우비를 맞춰 입고 옷 팬들. 경남 거제와 경북 구미 등에서 전세버스를 빌려 공연장을 찾았다. 이번 공연을 즐기기 위해 안칠현(강타) 등 그룹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도 가방에 달고 왔다.
17년 만의 H.O.T. 공연을 위해 흰색 우비를 맞춰 입고 옷 팬들. 경남 거제와 경북 구미 등에서 전세버스를 빌려 공연장을 찾았다. 이번 공연을 즐기기 위해 안칠현(강타) 등 그룹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도 가방에 달고 왔다.

 17년 만의 H.O.T. 공연... 10만 관객 몰려 

지난 주말,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로 꼽히는 두 공연장에선 ‘백(白)황(黃) 축제’가 벌어졌다. 1990년대 후반 아이돌 음악시장을 양분하던 H.O.T.와 젝스키스가 13일과 14일 동시에 공연을 해 공연장 인근을 각각 흰색(H.O.T. 상징색)과 노란색으로 물들여서다. H.O.T.의 공연엔 이틀 동안 10만 관객이, 젝스키스의 공연엔 2만 관객이 각각 몰렸다. 12만여 관객이 송파구 인근 공연장을 찾아 추억을 즐긴 셈이다.

두 그룹의 공연장 일대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극중 여고생 성시원(정은지)이 흰색 우비를 입고 H.O.T.를 따라다녔던 것처럼, 관객들은 흰색 우비를 입고 공연장을 찾았다. 대구에서 올라온 H.O.T. 팬 최영주(31)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 흰색 우비를 제작해 입고 왔다”며 웃었다. 젝스키스 공연장에도 노란 우비 혹은 노란색 옷을 입고 온 관객들이 적지 않았다.

젝스키스 공연을 위해 노란색 우비를 입고 온 팬. 두 사람은 중국에서 온 젝스키스 팬이다.
젝스키스 공연을 위해 노란색 우비를 입고 온 팬. 두 사람은 중국에서 온 젝스키스 팬이다.

 “아이는 남편과 시댁에서” 우비 직접 만들어 입기도 

‘소녀 부대’에서 ‘엄마 부대’가 된 두 그룹 팬들은 육아를 잠시 내려놨다. 전북 전주에서 올라온 H.O.T. 팬 임혜미(35)씨는 “남편에게 여섯 살, 세 살 된 두 아이를 맡기고 올라왔는데 집 근처에 있는 시댁에 결국 데려갔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거제에서 온 H.O.T. 팬 김지은(35)씨는 “H.O.T. 공연 일정이 잡힌 뒤 남편에게 공연 가야 한다고 통보했다”며 “2016년 11월 아이 낳고 첫 휴가로 이 공연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 지역 ‘맘(엄마의 줄임말) 인터넷 카페’에서 공연장 갈 인원을 모아 버스를 빌려 서울을 찾았다고 한다.

K팝 원조 아이돌그룹을 보기 위해 중국과 일본에서 건너 온 팬들도 있었다. 중국에서 젝스키스 공연을 보기 위해 왔다는 타오츠(32)씨는 “젝스키스는 내 어린 시절 힘이 된 가수라 주말 짬을 내 공연을 보러 왔다”고 했다.

원조 아이돌 팬덤에겐 빠른 손을 요구하는 인터넷 티켓 예매는 큰 부담이었다. H.O.T. 팬클럽인 클럽 H.O.T.에서 ‘독대장’이란 별명으로 활동했다는 한 팬은 “직장에 월차”까지 내고 PC방에서 가 공연 티켓 예매를 해 성공했다. 부산에서 올라온 H.O.T. 팬 유인숙(34)씨는 “지인 6명에게 티켓 예매를 동시에 부탁해 간신히 성공했다”며 “나 같은 ‘제일은행 세대’는 차라리 은행 앞에서 밤을 새워 표를 구하는 게 더 편하겠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H.O.T.와 젝스키스 팬들은 같은 날 공연을 오히려 반겼다. 부산에서 온 젝스키스 팬인 박민아(35)씨는 “친구가 H.O.T. 팬이라 같은 날 공연인 걸 알았다”며 “옛날엔 서로 경쟁했지만 이젠 동지애 같은 게 있다. 중학생 때 추억을 다시 꺼내며 이런 인생의 이벤트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홍길동’ 된 H.O.T. … 강성훈 빠져 무대 공백도 

큰 축제엔 잡음도 있었다. H.O.T는 공연장 포스터 및 무대 등에 ‘H.O.T.’ 표기를 쓰지 못했다. 영어 풀 네임 팀명인 ‘Highfive of Teenagers’를 써 붙여야 했다. 팀명 상표권을 지닌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연예기획자 김모씨와 상표권 사용 합의를 하지 못해 벌어진 촌극이었다. 젝스키스는 대만 팬미팅 취소로 피소를 당하는 등 구설에 오른 보컬 강성훈이 공연에 빠져 온전한 무대를 꾸리지 못했다.

글ㆍ사진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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