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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술, 불평등 그리고 국가

입력
2018.10.14 13:1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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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세기 동안 기술진보는 인류의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왔고 그 역할이 가속화 될 거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컨대 우리는 작은 USB 디바이스에 수백 년 분량의 지식을 저장할 수 있게 되었고 양자컴퓨팅을 통해 슈퍼컴퓨터로 1년이 걸리는 계산을 30분 안에 풀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빠른 속도로 진보하는 기술은 인류에게 놀라움을 주는 반면 두려움을 심어 주기도 한다. 작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로봇 최초로 시민권을 받은 인공지능 소피아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까지 넘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표하자 “Don’t worry. If you are nice to me, I will be nice to you (걱정 말라. 당신이 나에게 잘해주면 나도 당신에게 잘해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소피아의 농담에 만약 ‘nice’ 하게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우려 깊은 상상을 해보았다. 로봇에 대한 인간의 거부감과 관련된 심리이론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y)’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당신이 어떤 입장이던지 간에, 우리 사회가 고민해 보아야 할 핵심 의제는 기술의 발전이 실제로 세상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바꾸는지, 그리고 그러한 혁신이 얼마나 더 행복하고 공정한 세계를 만들 것 인지가 되어야 한다.

혹자는 기술진보를 통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이 특히 향상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인터넷의 보급으로 기존의 정보 소외 계층도 쉽게 정보에 접근하여 짧은 시간에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기술이 세계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기술진보에서 오는 이익의 대부분이 가진 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공장 노동자들이 기계에 대체되어 직업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던 반면 기술혁신을 통해 수많은 벤처 창업자들은 큰 부를 축적했다. 실리콘 밸리는 기술혁신의 아이콘이자 미국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술은 양면성을 띠고 있음과 동시에,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은 컴퓨팅의 유비쿼터스화를 비롯해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유경제 등 사람-사물-정보를 상호 연결하여 기술과 사회 간의 융합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융합 기술이 언제 실현될 것이며, 경제사회적 파급력이 얼마나 거대할 지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힘들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사회적 긴장과 혼란을 부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국가는 비록 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융합기술의 속도를 제어할 수는 없겠지만, 구성원의 경제사회적 필요에 더 부합할 수 있도록 분야별 규제 완화 정책을 설계함으로써 조정자적 역할을 맡을 수는 있다. 이와 동시에 융합기술 수용 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예컨대 사회적 공론화 절차를 통해 정책을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 융합기술의 지속가능한 내생화 작업을 위해 시의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시기이다.

다가오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 경쟁의 승자와 패자는 과거보다 훨씬 빨리 결정될 것이다. 심지어 국가가 급변하는 융합기술에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지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가 좌지우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국가의 내생화 능력에 따라 기존의 정치적, 문화적 그리고 경제사회적 구조는 향상 또는 왜곡될 것이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리바이어던에 비유해 국가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 영국의 사회철학자, 토마스 홉스의 말을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는 국가 편에서 국가가 없던 시기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설명하였고, 국가가 존재하고 정부가 존재하는 최대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에 대한 안전보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오늘날과 같이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는 “질서와 조화와 균형의 미”를 정교하게 조정할 수 있는 지도자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백승진 유엔 서아시아경제사회위원회 경제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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