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감옥에서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로 터키에 억류된 미국 국적 앤드루 브런슨 목사. AP 연합뉴스

터키 법원이 12일(현지시간) 미국과 터키 사이 분쟁의 도화선이 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고 해외 여행도 허가하는 판결을 내렸다.

터키 서부 알리아가에 위치한 이즈미르 지방법원은 이날 브런슨 목사의 테러 관여 혐의를 인정해 3년 1개월 15일 징역형을 내렸다. 그러나 2016년 10월부터 구류 상태로 대략 2년간 터키 내에 억류돼 있던 터라, 이미 형벌을 치른 것으로 인정돼 가택연금이 해소됐고 미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게 됐다. 브런슨 목사의 변호사 쳄 할라부르트는 “브런슨이 오늘 중으로 터키를 떠나 미국으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런슨은 노스캐롤라이나주 출신으로 터키에서 20여년간 거주하며 전도 활동을 펼친 복음주의 목사다. 2년 전 쿠르드 반군 무장집단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을 지원하고,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도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최근 브런슨을 석방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오다 무산되자 8월 터키에 관세를 부과하고 고위 관료를 제재 명단에 올리는 등 강경책을 구사했다. 이에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국가 경제 자체가 휘청였고, 여파는 여타 신흥시장과 유럽에까지 미쳤다.

터키 법원이 브런슨의 사실상 석방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경제 압력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정치적 위기로 몰아붙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날 석방 가능성이 높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것만으로 터키 리라화는 반등했다. 또 최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에서 있었던 사우디 출신 재미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의혹 사건으로 인해 사우디와 정면 충돌을 앞둔 터키가 미국과 더욱 긴밀한 공조를 시도하기 위해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 되는 브런슨 목사의 신병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브런슨의 석방 결정은 미국 정부와도 사전에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NBC방송은 미국과 터키 간 협의에 정통한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터키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 일부를 완화하고 터키는 브런슨을 즉각 석방하는 취지의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로 브런슨 목사의 석방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오길 희망한다”고 적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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