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 MSD(미국 머크)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투자를 받아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루수두나’ 출시를 포기하고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바이오업계 한편에서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후발주자들의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MSD가 2014년 맺은 바이오시밀러의 제품 개발 및 상업화 계약이 해지됐다고 11일 공시했다. 해당 바이오시밀러는 MSD가 개발과 상업화를 맡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금을 투자한 ‘SB9’으로, 유럽에서의 제품명이 루수두나다.

루수두나는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의 당뇨병 치료제 ‘란투스’를 복제한 약이다. 지난해 1월 유럽에서 판매승인을 받았고, 이어 같은 해 7월 미국에서도 안전성과 효능, 품질을 모두 인정받았으나 란투스와의 특허 문제가 해결되지 못해 ‘잠정’ 승인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따르면 MSD는 당뇨병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환경과 생산 원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루수두나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루수두나 개발과 상업화에 1,032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이번 계약 해지로 MSD는 이자와 보상금 등을 더한 1,755억4,000만원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지급할 예정이다.

란투스 바이오시밀러로는 다국적제약사 릴리와 베링거인겔하임이 개발한 ‘베이사글라’가 루수두나보다 앞섰다. 베이사글라는 미국에서 2015년 12월 승인을 받았고 이듬해 12월 현지 시장에 나왔다. 유럽에선 더 앞선 2015년 9월 승인, 출시됐다. 란투스와 베이사글라가 한창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에 루수두나가 지난해 유럽과 미국에서 한발 늦게 승인을 받은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했기 때문에 제조사가 달라도 제품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오리지널보다 싸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후발주자가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다른 바이오시밀러보다 가격을 크게 낮추기는 어려운 만큼 먼저 출시하는 게 무엇보다 유리하다. 이 같은 ‘선발주자 효과’를 감안한 듯 MSD는 유럽에서 루수두나 판매를 승인 받았는데도 출시하지 않았다.

삼성은 여러 바이오시밀러 제품군 중 하나가 중단됐을 뿐 전체 사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거란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과 MSD의 이번 계약 해지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전반적으로 재평가를 받게 될 계기로 작용할 거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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