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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2014년부터 운영 중인 런던의 심야 지하철 나이트 튜브. 야간 경제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런던시 홈페이지.

땅거미 지기 시작하면 미국 뉴욕 밤 거리 구석구석을 정신없이 누비는 한 공무원이 있다. 번잡하게 늘어선 식당과 바, 클럽 등을 돌아다니며 상인들의 애로 사항을 살피고, 밤새 소음에 시달린다는 인근 주민들의 불만까지 받아 적다 보면 어느새 새벽. 지난 8월 뉴욕시에 처음 도입된 ‘밤의 시장(市長ㆍNight Mayor)’에 임명된 아리엘 팔리츠씨의 일상이다.

세계 주요 대도시에서 도시의 야간 정책을 총괄하는 ‘밤의 시장’ 자리가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선 생소한 개념이지만 2012년 암스테르담에서 처음 도입된 뒤 파리와 취리히, 런던, 뉴욕까지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수도 워싱턴시도 야간 정책 관리자를 별도 신설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단순히 한 사람만 뽑는 게 아니라, 이 도시의 밤 경기정책을 총괄할 자문위원회도 구성하고 예산도 배분해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도심의 밤을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밤의 시장’이 맡는 업무는 매우 광범위하다. 각종 민원 해결은 최우선 과제다. 술집과 식당이 주택가로 퍼져 나간 탓에 취객들의 소음과 쓰레기 투기 문제로 인한 상인과 주민들의 갈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치안불안 해소, 심야 버스 등 충분한 교통수단을 확보하는 것도 해당된다. 24시간 운영되는 지하철인 ‘나이트 튜브’ 가 대표적이다. NYT는 “시 당국은 낮 시간엔 직장인들의 편의를 위해 각종 통근 정책을 고민하지만, 해가 진 이후에는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며 “이들은 밤에 일하는 노동자들, 밤을 즐기려는 시민들의 정책 담당자”라고 전했다.

야간 산업을 문화와 결합시켜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밤에 활동하는 시장들의 몫이다. 펑크 음악의 성지였던 CGBG 등 뉴욕의 유명 클럽들이 임대료 인상을 견디다 못해 줄줄이 문을 닫게 됐던 게 결정적 계기였다. 뉴욕시는 쫓겨난 뮤지션들을 위한 별도의 문화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밤의 시장의 원조 격인 암스테르담 역시 도심 주변 변두리 지역에 바와 클럽, 아트 갤러리 등이 뭉쳐 있는 복합 문화 단지를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주요 도시들이 밤 문화에 목을 매는 데는 그만큼 시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 기업들이 주축이 된 연구모임인 런던 퍼스트가 2014년 ‘나이트 튜브’ 도입을 주장하며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의 야간 경제는 향후 영국 경제에 69조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12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흥업으로만 치부되던 야간 산업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초대 ‘밤의 시장’을 지낸 미릭 밀란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밤은 낮과 다르게 늘 차별받아 왔다. 밤에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시 당국은 늘 단속에만 급급했다”며 “야간 산업의 경제ㆍ문화적 가치를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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