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ㆍ코스닥 지수와 원화가치가 동반 급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로 추락을 거듭해 온 코스피 지수는 연중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원ㆍ달러 환율도 7거래일째 상승하며 1년여 만에 처음 1,140원대로 올라섰다. 이날만 보면 전날 미국 증시의 기술주 폭락 영향이 컸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확산과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시장의 자본유출 등 대외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게 근본 원인으로 지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발표한 ‘세계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신흥시장에서 연간 최대 1,000억달러가 빠져나가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먹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아르헨티나가 6월 페소화 가치 급락을 못 견뎌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파키스탄도 구제금융 협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글로벌 자본이 달러 채권,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빠져나가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국의 투자 및 고용 지표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출의 버팀목인 반도체 업황 전망마저 나빠지고 있다. IMF 등 국내외 경제기관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배경이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흥국 금융위기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내수와 수출에 먹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 금융시장 불안까지 가세한다면 2008년 위기가 재연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은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예고했다. 한미 금리격차가 1%포인트까지 벌어지면 우리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금리인상도 시간문제인 셈이다. 1,500조원 가계부채를 지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파가 걱정스럽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금융시장 및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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