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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의 어린이처럼] 학생부

입력
2018.10.11 17: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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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의 동시집이나 청소년시집을 읽은 어린이청소년 독자가, 어른이 되고 나서 같은 시인의 어른 시집을 읽는다면 꽤 특별한 독서 경험일 거란 상상을 해 본다. 지금은 그럴 가능성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꾸준하고 뚜렷하게 동시와 어른 시를 함께 써 온 시인으로는 박목월이 거의 유일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최승호를 시작으로 송찬호, 박성우를 비롯한 많은 시인이 동시와 청소년시를 자신의 중요한 창작 세계로 일구어나가고 있다.

손택수 시인의 첫 번째 청소년시집인 ‘나의 첫 소년’은 청소년 독자를 함부로 낮추어보거나, 청소년 독자와의 소통에 몰입하느라 미학적 완성도를 버려두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손택수 시의 결을 청소년시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어른 시에서 현실을 세밀히 담아왔던 시선으로, 청소년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이 시는 그 시선이 발견한 학생들의 현실 하나다.

‘학생부’가 문제되는 건 두말 할 것 없이 현재의 학교생활 때문이 아니라 미래의 대학 입시 때문이다. 학생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자료가 되고, 대학 입시의 당락을 결정하고, 학벌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중요하다. 오직 대학이라는 미래에 맞추어 현재를 증명하고 기록하는 청소년의 삶이란, ‘학생부군신위’라는 연상을 단순한 과장이나 너스레로 여길 수 없게 한다.

최근 숙명여고의 시험지 유출 의혹은 학종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학종은 수능 제도 보완과 교육 정상화를 위해 마련됐지만 오히려 수능 전형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다.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 공교육에 대한 기대가 모두 무너져버린 우리 사회의 현주소일 테다.

대입 제도를 아무리 개편해봐야 모든 학생에게 공정한 제도란 없다. 늘 ‘강남’으로 대표되는 사교육은 불패했고, 공교육은 파행했다.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수십 년간 일그러진 교육 제도를 입시 제도 하나로 바로잡을 수 있을까. 더 이상 ‘학벌 사회’가 아닐 때에야 ‘학생부군신위’는 비로소 영영 무덤에 묻힐 것이다.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근본부터 달라져야, 달라진다.

김유진 어린이문학평론가ㆍ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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