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기 발생 과정ㆍ과실 혐의 등 조사
9일 오전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경찰 관계자가 고양 저유소 화재사건과 관련된 풍등과 동일한 제품을 들어보이며 폭발이 일어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당시 피해가 커지게 된 송유관공사 측의 과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그 동안 외국인 노동자의 실화범죄에만 치우쳐 화재가 확산된 저유탱크의 화재 시설미비 등 관리책임에 대한 조사는 뒷전으로 미뤘다는 비판을 샀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소방서 등과 함께 시작한 합동 현장감식을 오후 3시쯤 완료했다고 밝혔다.

감식팀은 2차 감식을 통해 화재 당시 잔디에 난 불이 환기구를 통해 옮겨 붙으면서 폭발이 일어나게 된 유증기 발생 과정과 농도, 관련 화재 시설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분석 작업 등을 위해 유증 환기구 주변 공기를 포집했다. 환기구 내 인화 방지망이 제 기능을 했는지 등도 조사해 폭발로 이어진 전 과정을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고양경찰서와 경기북부경찰청은 10일 이번 사건의 수사인력을 보강해 송유관공사 측 과실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휘발유 탱크 옆 잔디에 풍등이 떨어져 불이 붙었을 때부터 기름탱크 폭발까지 18분 동안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대한송유관공사 측의 업무상 과실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한다. 이안전관리 규정 준수 여부와 화재 시설 여부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게 된다.

경찰은 저유소 인근 공사장에서 풍등을 날려 폭발 화재를 일으킨 혐의(중실화)로 전날 스리랑카 근로자 A(27)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 단계에서 기각됐다. 휘발유 탱크 근처에 떨어진 풍등과 폭발 화재 사이 인과관계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이 성급하게 A씨에게만 죄를 뒤집어씌우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A씨는 1차 조사에서는 “인근 저유소에 대한 존재를 알았다”고 진술했다가 2차 때는 “몰랐다”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양 저유소 기름탱크 폭발화재는 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쯤 고양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 옥외탱크 14기 중 하나에서 일었다. 당시 불로 석유 260만ℓ가 불타면서 43억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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